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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1757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1341억원에서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1년 비만치료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비만치료제를 출시하면 국내에서 최대 20%의 점유율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30년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시장 점유율이 2030년 8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전망을 국내 시장에도 적용한다면 한미약품은 최대 20% 수준의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단순 계산 시 약 600억원 대로, 지난해 한미약품의 전체 매출액(1조3320억원)의 약 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한미약품은 구체적인 목표 점유율 등을 밝히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주 3상 승인을 받아 모든 업무가 개발 쪽에서 진행 중이고 점유율 측정은 내년 마케팅 업무가 시작되면 알 것 같다”며 아직 국내에 마운자로나 위고비가 도입되지 않았고, 약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서 구체적인 시장 점유율이나, 매출 규모 등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주사로 20% 뺄 사람은 마운자로, 10%를 안전하게 감량할 사람은 한미약품 치료제, 이런 식으로 특정 제품 매출을 넘는다기 보다 선택권을 넓히는 쪽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라며 “중국이나 동남아 같은 아시아 지역으로도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아쉬운 체중 감소 효과임에도 가격 경쟁, 안정적 생산 캐파(생산능력) 등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비만치료제에 대응하고 있는 한미약품은 지난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지난 7월 31일 임상 3상 계획을 신청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내년 초 투약을 시작해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해왔지만 지난 7월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출시하기 위해 국내 3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신청했다. 회사는 비만 관리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5종의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롯, GLP-1 및 에너지 대사량을 높이는 글루카곤과 인슐린 분비, 식욕 억제를 돕는 GIP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차세대 삼중작용제’ 등이 포함됐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제품이 이미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이는 서구권 상황이고, 국내나 아시아 시장 상황은 다르다”며 “틈새 시장을 타깃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