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9월 16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 채대원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읽으며 서너 차례 말을 잇지 못한 채 감정을 억눌러야만 했다.
동거남의 9살 아들을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가두고 그 위에서 뛰기까지 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성모(43) 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하면서다.
채 부장판사는 “학교 교사에 따르면 꿈이 경찰관이었던 피해자는 밝은 아이였지만, 피고인의 잦은 학대로 말수가 줄어들고 얼굴이 그늘이 졌다”며 “참혹한 결과를 막을 기회도 몇 번이나 있었다”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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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씨는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는 아이의 말에도 거짓말 아니냐며 추궁했고, 가방 안에 드라이기로 30초가량 뜨거운 바람을 넣거나 자신의 친자녀 2명과 가방 위로 올라가 뛰고 누르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키 132cm, 몸무게 23kg으로 왜소한 체격의 아이가 가방 안에 갇혀 견뎌야 했던 무게는 160kg.
1심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해 성 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고, 2심도 악랄한 행위로 피해 아동의 고통과 두려움이 짐작되지 않는다며 형량을 징역 25년으로 늘렸다.
성 씨 측은 훈육 목적이었을 뿐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상고했다. 이에 앞서 수차례 제출한 반성문에서도 “피해자가 거짓말을 해서 기를 꺾으려고 그랬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대법원 또한 상고심에서 징역 25년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계획적인 살인은 아니었지만, 가해 행위로 아이가 사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했다며 성 씨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피해 아동의 유족은 한 매체를 통해 “아이가 죽지 않았다면 25년보다 더 오래 살았을 것”이라며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했다. 25년이라는 형이 10년도 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동이 살아갈 날에 비해 너무 적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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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지난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살해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신설해 살인죄의 양형기준과 비교해 더 무거운 형량 범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동학대살해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사형·무기징역이나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하한선이 징역 5년 이상인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겁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1일 발간한 ‘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숨진 어린이가 50명으로, 최근 5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부모로, 장소도 대부분 집이었다.
복지부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범위를 확대하고, 의료기관 미진료 등 위기 지표를 활용해 아동의 안전을 확인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