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실험실서 식탁으로"…다시 힘 받는 배양육 투자

美 ‘실험실 고기’ 승인에 힘 받는 대체육 시장
2022년 들어 주춤했으나 ESG 테마 타고 훨훨
해외 투자사들, 대체육 전문 펀드 결성에 속도
  • 등록 2023-07-04 오전 7:37:59

    수정 2023-07-03 오후 7:37:47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실험실에 머물러 있던 배양육이 식탁에 올라갈 날이 머지않은 가운데 자본시장이 관련 시장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배양육이란 동물의 세포를 채취한 뒤 실험실에서 배양해 맛과 영양성분을 고기와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낸 제품으로, 오는 2040년쯤 전체 육류 시장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 배양육의 일반 판매를 승인하며 유통 발판이 마련되자 글로벌 투자사들은 관련 스타트업 발굴 작업에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그간 배양육을 비롯한 대체육 스타트업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해온 해외 투자사들은 관련 펀드를 속속 결성하고 있고, 식품 분야 대기업들은 투자뿐 아니라 협업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 선점에 나섰다. 경기 침체로 주춤했던 관련 분야 투자가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사진=픽사베이 갈무리)
美 긍정 시그널에 다시 기지개 전망

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글로벌 배양육 스타트업들이 올해 상반기 투자사들로부터 조달한 투자금은 4억1600만달러(약 5387억원)에 달한다. 이는 11억달러(약 1조 4400억원) 가량이 모인 지난해 동기 대비 3분의 1가량으로 줄어든 수준이지만, 최근 미국에서 배양육 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인 만큼 자본시장에선 관련 투자가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양육을 비롯한 대체육 산업은 식량 위기와 환경 오염 등 여러 사회적 이슈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국내외 투자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다. 특히 가축을 도축해 만든 기존 고기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테마가 떠오른 지난 2021년에는 더욱이 각광 받기도 했다.

경기둔화와 물가상승 여파로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육류에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지난해 시장 성장세가 잠시 꺾이긴 했지만, 싱가포르에 이어 미국에서 최근 배양육 판매를 승인하면서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다. 미국 농무부(USDA)는 배양육 스타트업 업사이드푸드와 굿미트가 생산한 세포 배양 닭고기의 일반 소비자 판매를 승인했다. 이에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두 기업의 제품이 식용으로 안전하다고 밝히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으로 상용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해외서 대체육 펀드 결성 ‘속도’

이에 따라 글로벌 VC들은 배양육을 비롯한 대체육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 ▲규제 장벽 완화 ▲ESG 투자 확대 ▲대기업발 대체육 비즈니스 수요 증가 전망에 따라 일각에선 블라인드펀드(투자처가 정해지지 않은 펀드)와 ESG펀드 등을 통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고, 또 다른 일부는 대체육 펀드를 조성하며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극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미국 조이풀벤처스는 대체육 스타트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최근 300억원 규모의 전문 펀드를 결성했다. 해당 펀드를 통해 회사가 투자한 스타트업으로는 세포 배양 와규를 개발하는 ‘오빌리언바이오’와 식물성 대체 해산물을 개발하는 ‘뉴스쿨푸드’가 있다. 이 밖에 런던 기반의 밀트러스트벤처스와 아일랜드의 어스퍼스트푸드벤처스(EFFV)는 배양육을 비롯한 대체육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지난 2월 3850억원 규모의 ‘스마트 프로틴 펀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해외 대비 배양육 시장의 성숙도가 낮은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투자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VC 한 심사역은 “배양육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맛과 질감 구현뿐 아니라 규제 완화, 생산량 확대, 생산비용 절감 등의 숙제가 따르는데, 시장이 주춤하는 가운데 미국의 판매 승인이 시사하는 바는 굉장히 크다”며 “국내 배양육 시장이 극초기 단계에 있음에도 성장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대기업뿐 아니라 투자사들 역시 관련 투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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