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수십 년 연구했지만 이렇게 모든 게 미리 짜놓은 것처럼 맞아들어가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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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만난 유승한 에스티큐브(052020) 미국법인 대표이사 겸 연구개발 총괄책임자(CSO)는 ‘넬마스토바트’ 임상 순항에 밝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유 대표는 “넬마스토바트 실험결과가 너무 완벽하게 나왔다”면서 “기뻐하기보단 놓친 게 없는지, 실수한 건 없는지를 살피는 일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 입장에선 너무 완벽한 결과에 기쁘면서도, 이럴수가 있나 하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도 함께 든다”며 상황을 전했다.
넬마스토바트는 PD-1, PD-L1을 표적하는 대신 BTN1A1를 표적하는 면역항암제다. 키트루다·옵디보·티센트릭이 글로벌 50조원 매출을 올리지만 전체 암환자의 20~30%에만 약 효능이 발현된다. 기존 면역항암제는 PD-1, PD-L1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는 암환자에게는 효능이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넬마스토바트는 기존 면역항암제 한계 극복을 목표로 개발을 시작한 치료제다. PD-1, PD-L1 보다 보편적인 암 바이오마커가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2013년부터 개발을 시작됐다. 방사선 의학 전문가인 유 대표는 암세포에 방사선을 쬐는 방식으로 바이오마커를 찾았다. 암세포가 방사선(극한의 상황)에 노출됐을 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내놓는 물질(단백질)이 PD-1·PD-L1 보다 보편적인 암세포 바이오마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BTN1A1은 유 대표 예상대로 PD-1·PD-L1보다 발현율이 높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PD-1·PD-L1이 티셔츠(암세포) 가슴팍에 각인된 상표(바이오마커)라면, BTN1A1은 셔츠 안쪽을 살펴야 브랜드로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BTN1A1을 발견했다는 기쁨도 잠시, 관련된 항암제 연구가 전무했다. 유 대표는 BTN1A1에 대한 기초연구를 병행하며 넬마스토바트 개발을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이데일리는 AACR에서 유 대표를 만나 넬마스토바트 임상 현황과 향후 계획을 소상히 들어봤다. 다음은 유 대표와 일문일답.
△ 넬마스토바트 임상 1상 결과는.
0.3㎎부터 15㎎까지 용량증량 투여를 했는데 이상 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넬마스토바트 임상 1상 총괄 책임자가 말하길 자신이 지금껏 수백 건의 임상을 수행했는데 안전성으론 두 손가락 안에 든다고 놀라워했다. 반감기 적어 10일 이상 체내 작용하면서 안정적으로 약효능이 발현되는 걸 확인했다. 약물 내성 발현 역시 15명의 임상자 가운데 1명에서만 나왔다. 사이토카인 폭풍도 없었다. 물질 분석 결과, T세포와 NK세포 같은 면역세포는 증가했다. 반대로 조절 T세포(Treg)은 줄었다. 조절 T세포가 증가하면 면역을 억제해 암세포 성장을 돕는다. 현재 임상 1상 보고서 작성 중이다. 결과는 곧 나온다.
△1상에서 효능은.
극소량 투여군에선 효능이 미미했지만, 3㎎ 이상의 투여군에선 기대했던 효능이 나왔다. 다양한 암 종에서 치료 옵션이 없는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 물질 연구를 지속 중인데, 최근 연구 성과는.
△ 과학적으로 설명되나.
암세포 중 일부는 항암제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암줄기세포 또는 암줄기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위장한다. 그래야만 암세포는 항암제에 죽지 않고 생존할 수 았기 때문이다. 이 암줄기성 세포들은 암 재발과 전이를 유발한다. BTN1A1은 암줄기성 세포 이력을 지닌 암세포의 바이오마커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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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발견의 의미는.
화학 항암제와 넬마스토바트를 병용투여한다면 초기 급성장하는 암세포를 없애는 한편, 재발하는 암의 싹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계란(암세포)에서 노른자(초기 급성장 암세포)만 제거했다면, 병용투여는 계란 흰자(암줄기성 세포)까지 제거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서, PD-L1계열 면역항암제와 넬마스토바트를 결합하는 치료제를 구상해볼 수 있다.
△ 임상 2상은 병용투여로 가나.
△임상 2상은 언제하나.
올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IND) 신청하고, 7~8월 승인나면 바로 착수할 생각이다.
△소세포폐암을 첫 번째 임상 적응증으로 고른 이유는.
소세포폐암은 화학항암제를 맞고 난 뒤 대부분이 재발한다. 재발 후엔 쓸 약이 없다. 약을 써도 전혀 효능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연구가 맞다면, 넬마스토바트는 확실한 효능을 낼 것으로 본다. 현재 소세포폐암은 재발 상황에서 쓸 치료제가 없다. 넬마스토바트가 결과를 낸다면 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을 통째로 차지할 수 있다.
△ 임상 2상 객관적반응률(ORR)은 얼마나 예상하나.
임상 관계자들은 이 상태면 100% 얘기까지 나온다. 개인적으론 70%만 나오면 대성공이라 본다.
△소세포폐암 시장 규모는
폐암은 전체 암종 가운데 가장 큰 시장(약 37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에서 15% 비중이다.
△기술수출 협상 상황은.
복수의 다국적 제약사와 진지한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며칠 전에도 두 개 회사와 각각 미팅했다. 기술수출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긴 하지만, 현재 대화 수준으로 봐선 긍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년 전 내놓은 “세상을 뒤집어 놓겠다”는 출사표는 유효한가.
매일 가슴 뛰는 임상 및 실험 결과를 접하고 있다. 연구자 입장에서 (결과를) 수만 번 의심했지만 아직 내 확신을 바꾸지 못했다. 내 평생의 연구가 결실을 맺고 있다. 지켜봐 달라.
한편, 유 대표는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텍사스 A&M대에서 생화학·생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조지아주립대 의과대 강사, 조지타운대 방사선의학과 교수를 거쳐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방사선 병합치료 신약개발부 부서장으로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