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등으로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치료제 시장도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우울증 치료제 시장은 올해 약 21조원 규모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제약사들은 기존 치료제들과 차별화된 새로운 기전의 신약 개발에 앞다퉈 나서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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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현재 우울증 신약 개발과 관련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바로 부광약품(003000)이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현병과 양극성 우울증 치료제 신약 루라시돈(Lurasidone)의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연내 품목허가 신청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부광약품은 식약처의 허가를 받으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약품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루라시돈은 일본 스미토모 파마에 의해 개발된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우울증 치료에 허가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로 부광약품이 한국 내 독점 개발·판권을 확보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최근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탑라인 결과에서 루라시돈과 기존 조현병 치료제인 쿠에티아핀을 비교했을 때 비열등성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
루라시돈은 도파민 D2, 세로토닌 5-HT2A 및 5-HT7 수용체를 차단하는 길항제로 세로토닌 5-HT1A 수용체에도 부분적으로 작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루라시돈은 또 히스타민 H1, 무스카린 M1 수용체에 대해서도 거의 친화력을 보이지 않는다. 루라시돈은 미국, 유럽연합 등 45개 이상 국가에서 조현병과 양극성 우울증에 대한 허가를 획득했다. 루라시돈의 북미시장 매출은 약 2조6000억 원에 달한다. 부광약품은 루사시돈의 판매를 통해 수백억원 규모의 연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부광약품의 연 매출이 1820억원(2021년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부광약품을 이끌 신흥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우울증 치료제 시장 규모 약 2000억원
대웅제약(069620)도 우울증 치료제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대웅제약은 바이오벤처기업 뉴로라이브와 우울증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NR-0601’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NR-0601은 뉴로라이브가 개발하고 있는 비마약성 경구 우울증 치료제 후보물질로 조만간 임상에 진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NR-0601은 다중 표적 작용기전을 지니고 있는 만큼 기존 모노아민계 경구 항우울제 대비 빠르고 강한 우울증 회복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NR-0601은 기존 치료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TRD)에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은 제제개선 연구와 공정개발·품질관리 부문(CMC),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우수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GMP) 생산, 임상시험 자문을, 뉴로라이브는 비임상개발과 시험, 식약처를 포함한 다양한 규제기관 논의,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임상 개발을 각각 담당한다.
국내 제약사들이 우울증 신약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우울증(만성 우울증·주요 우울장애)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6년 137억5500만달러(약 18조원)에서 올해 159억8300만 달러(약 2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중 국내 우울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2021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우울증 치료제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치료받은 환자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899만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인한 진료환자 수는 172만명으로 코로나19 발병 전인 2019년 대비 14.2%가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 넘게 이어지며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기존 치료제들의 부작용을 얼마만큼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우울증 신약 개발의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