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투자를 조심하자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가 않다”며 “대놓고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말까지는 못하겠지만 공격적 매수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코스피 지수의 연초 랠리가 주춤해진 모양새다. 올 들어 2225선에서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장 중 2400선까지 터치하며 상승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9거래일 연속 상승 기록을 마치고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코스피 방향성을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고점 대비 28% 넘게 빠지긴 했지만 아직도 떨어질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불안감과 지금이 바로 경기하강의 끝자락이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
외국인 순매수를 낙관할 수 없는 건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질 일만 남아서다. 한 자산운용사 멀티에셋운용 본부장은 “추세적인 반등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앞으로도 석 달 정도 더 이어질 것이며 시장 전체의 이익 규모도 줄어들어 지금 주가가 절대적으로 싸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한동안 박스권 장세에 들어갈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단기간 반등 폭이 꽤 컸던 만큼 숨고르기가 필요해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상원 삼성자산운용 투자전략팀 팀장은 “연초 상승의 원인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주식 밸류에이션 상승과 신용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수혜 기대였다”며 “현재 상승은 하반기 예상되는 호재요인을 현재의 악재요인보다 더 많이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기둔화 및 이익감소보단 올 하반기 예상되는 인플레 둔화 및 금리 인하 기대가 올 초 증시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미 증시에 호재를 반영해 버린 만큼, 앞으로의 상승 탄력은 이전같지 않을 수 있단 얘기다.
앞으로 발표될 지표를 지켜봐야 한다는 관망론도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2400포인트에서 기술적 저항도 동시에 작용할 것”이라며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이나 추세적 반등은 1분기 중 경제 지표 하강 확인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 의도를 확인하고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앞으로 코스피 지수가 오를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경기 침체 가능성과 기업 실적 하향조정에 대한 부담으로 추가적인 약세를 점치는 시각이 많지만, 작년 말 국내 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이런 부정적인 요소들을 반영한 수준까지 충분히 떨어졌다는 의견이다. 코스피 지수는 고점 대비 28% 하락했으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를 하향이탈했다.
조병준 신한자산운용 주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24년까지 연장해서 본다면 지금이 바닥”이라며 올해 지수가 270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봤다. 그는 “기업실적 하향조정의 마무리 국면, 경기후퇴의 후반부임을 감안하면 일시적인 등락을 거치며 주가가 단계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우려하는 경기침체는 이미 완연한 경기하강을 1년 반째 경험 중인 현재이지, 미래 어느 시점부터 시작될 새로운 현상은 아닐 것”이라며 “지금은 경기하강의 후반부이며 경기반등 시점은 가까운 미래가 될 것”이라고 덧붙엿다. 경기가 반등하면서 주가도 함께 뛸 것이란 말이다.
오히려 올 상반기까지가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리서치부문 본부장은 “1분기까지는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되지만 기업 실적 및 경기지표 하락이 엇갈리면서 변동성 있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2분기부터 반도체 업종의 턴어라운드와 미국 금리인상 종료가 맞물리면서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