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가 등장과 함께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에서 등장한 네 번째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가 350만 달러(한화 약 47억원)의 약가를 인정받았다. 미국 내 기존 최고 약가 대비 10억원 가량 비씨다. 유전자 치료제 시장성이 기존 전망보다 더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세계 400여 개 관련 기업의 미래 수익성 전망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등장한 유전자 치료제의 약가가 매번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고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치료제는 질병 치료 등을 목적으로 인체에 투입하는 유전물질 또는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의약품이다. 이는 최근 이슈가 된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치료제와 같이 유전자 변형을 완료한 상태의 세포를 넣어주는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와는 다르다. 시장에서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3~5억원) 대비 2~9배 높은 가격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품목 허가한 유전자 치료제로는 △스위스 로슈가 인수한 스파크 테라퓨틱스의 유전성 망막질환(IRD) 치료제 ‘럭스터나’(성분명 보레티진네파보벡·2017년 승인) △스위스 노바티스 척수성 근위축증(SM)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2019년 승인) △미국 블루버드 바이오의 지중해성 빈혈 치료제 ‘진테글로’(성분명 베티베글로진 오토템셀·2022년 승인) 등이 있다. 승인 당시 1회 치료시 럭스터나는 85만달러(한화 약 10억원), 졸겐스마는 212만5000달러(약 25억원), 진테글로는 280만 달러(약 37억원)가 책정된 바 있다.
그런데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승인된 네 번째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성분명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의 약가는 진테글로를 상회하는 350만 달러(약 47억 달러)로 책정됐다.
CSL 베링 측은 “중증도 이상의 B형 혈우병환자가 평생동안 약 2000만 달러(265억원)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1회 투여로 병을 고칠 수 있는 헴제닉스가 경제적 부담을 되레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 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 예측치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반에 따르면 세계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20억 달러에서 2027년경 184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해당 기간 동안 연평균 44.6%씩 증가해야 가능한 수치다.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세포치료제를 포함하는 전체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은 2027년경 417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중 유전자 치료제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44%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서 승인되지 않은 리브멜디는 사실 유전자 치료제 중 가장 비싼 가격의 약물이었다. 리브멜디의 약가는 표시가격 기준 영국에서 287만 5000파운드, 이탈리아에서는 474만5000유로 였다. 한화로 47억~63억원 수준인 셈이다. 리브멜디는 영국 내 졸겐스마 가격(179만 파운드, 한화 약 29억원) 대비 60%가량 높다.
국내 유전자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 난이도와 그 효용적 가치 등을 고려해 약가가 책정된다”며 “대부분의 질병이 치료제가 없는 유전질환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높은 약가로 개발 완료시 수익성이 그만큼 보장되는 분야다”고 설명했다.
인체에는 5~10만 개의 단일 유전자가 있으며, 이런 단일 유전자 관련 희귀 질환은 6000여 종 정도가 알려졌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2월 기준 국내에서 승인된 유전자 치료제 임상은 총 11건이다. 미국 화이자의 A형 혈우병 치료제 후보물질 ‘지록토코진 피텔파보벡에 대한 국내 임상 3상이 대표적이다.
국내 대표 유전자치료제 개발기업 툴젠(199800)이 유전성 신경 장애 중 샤르코 마리 투스병과 관련한 신약 후보물질 ‘TGT-101’의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생 바이오 벤처인 진코어는 근육 위축증으로 인한 심부전 사망을 유발하는 듀센근이영양증(DMD), 유전성 망막 이상증 중 하나인 레버 선천성 흑암시(LCA) 등의 적응증 관련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