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먼저(2014년) 연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유한양행이 다시 한번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셀트리온 등 바이오 기업에 연 매출 1위를 내 준 상황에서 내심 최고 자리 복귀를 노리고 있다. 왕좌 자리를 다시 차지하기 위한 유한양행의 전략에 초점이 맞춰진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000100)의 올해 매출은 1조 8475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1조 6878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미 2조원 매출을 넘어선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여기에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등 진단기업까지 고려하면 제약업계의 맏형에 걸맞는 매출성장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은 공격적으로 조 단위 투자에 나서고 있고,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대형 인수합병(M&A)도 성사시켰다. 높은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로 현금을 쌓아놨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유한양행 등 전통제약사들은 이들 기업보다 영업이익률과 영업이익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여 조 단위 대규모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유한양행 영업이익률은 2.88%에 불과하다. 반면 연 매출 2조원대 기업으로 올라선 에스디바이오센서는 46.55%, 셀트리온은 39.59%,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4.27%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제약사와 셀트리온(068270),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바이오와 진단기업들은 사업 구조와 수익률 자체가 다르다”며 “영업이익률도 굉장히 높아 그에 따른 투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상위 제약사들도 사업을 영위하면서 나름대로 최대한의 연구개발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먼저 혁신신약 개발은 유한양행이 신성장 동력으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이미 성과도 내고 있다. 지난해 1월 국산 신약 31호이자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렉라자가 출시 1년만에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는 올해 300~400억원대 매출이 예상된다. 상반기에 이미 150억원을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며 “혁신신약 개발은 유한양행의 글로벌 제약사 도약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혁신신약 개발과 더불어 오픈 이노베이션은 글로벌 도약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유한양행의 전략 중 하나다. 포트폴리오 강화로 R&D(연구개발) 가치와 역량을 향상한다는 계획이다. 유망한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하고, 이를 통해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져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했다. 제2, 제3의 렉라자 탄생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에이프릴바이오(130억원), 지아이이노베이션(160억원), 제넥신(200억원), 이뮨온시아( 118억원), 제노스코(50억원) 등 가능성 있는 다양한 바이오텍과 후보물질에 투자했다. 제노스코를 통해 확보한 후보물질이 렉라자라는 성공 모델로 자리잡았다.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과제수는 2015년 14개에서 2022년 30개로 증가했다. 최근 9년간 R&D에 1조원 이상을 집중적으로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확보한 물질 중 최근 퇴행성디스크 치료제인 ‘YH14618’이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했고,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도입한 알러지 치료제 ‘YH35324’와 면역항암제 ‘YH32367’, NASH 치료제 ‘YH25724’등도 제2 렉라자 후보군이다.
또한 최근 눈에 띄는 것이 미국 법인인 유한USA에 대한 투자다. 지난 2018년 설립된 유한USA는 첫해 유한양행이 19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올해까지 총 231억원을 투자했다. 유한USA는 R&D 활동보다는 현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새로운 투자처 발굴 등 글로벌 진출을 위한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파이프라인 및 기반 기술 확보에 포커스를 둔 전략”이라며 “유한USA에 대한 투자 확대는 오프 이노베이션의 범위 확장을 위한 차원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