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루닛(328130) 주가는 이날 4만1600원으로 마감됐다. 전일 대비 300원 하락한 수치지만, 최근 루닛 주가는 공모가를 웃돌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코스닥에 상장한 루닛은 당초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IPO 도전을 선언했을 때는 바이오 섹터 대어로 평가받았지만, 정작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이 7.1대 1로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루닛 공모가도 당초 희망 가격대가 4만4000원~4만9000원이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최하단보다 32% 낮은 3만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상장 후 주가는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상장 당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4만원을 찍은 후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 2일에는 전일 대비 6400원 오르며 4만5350원에 이르기도 했다.
벤처캐피털(VC) 업계나 증권업계는 루닛이 상장 후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 하락세가 얼마나 지속될까’라는 게 관심사였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났던 VC 대표는 “루닛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AI 분야라는 불확실성과 주식 시장에서의 바이오주의 모멘텀 하락이 맞물려, 주가가 상승하기보다는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대부분 상장 후 루닛 주가 하락세가 며칠 동안 이어질 것이란 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국내 AI 진단기업으로는 최초로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제이엘케이(322510)도 연매출이 40억원대에 불과하다. 2014년 뇌 영상 의료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뇌졸중 진단용 AI 솔루션 등 37개 솔루션을 개발했다. 일본과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이 궤도에 올라 대규모 매출 발생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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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루닛의 주가 선전은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기술력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지난 1일 세계적 암 연구 학술지인 ‘클리니컬 캔서(암) 리서치(Clinical Cancer Research)’에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비인두암 환자에게 루닛 스코프(면역항암제 치료 예측 솔루션)를 적용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범석 서울대병원 교수(혈액종양내과), 정현애 삼성서울병원 교수(혈액종양내과)를 중심으로 국내 8개 병원에서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루닛 스코프의 치료 반응을 예측했다. 연구 결과 비인두암에서 루닛 스코프의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 예측 기술력을 입증했다. 해당 내용이 발표되자 루닛 주가는 반응했다. 2일 장 중 한때 24.76%까지 올랐고, 결국 전일 대비 16.43% 상승한 4만5350원에 장을 마쳤다.
사실 루닛 기술력은 글로벌 무대에서 이미 입증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가던트헬스 사상 첫 해외 기업 투자에서 루닛을 선택했고, 필립스, GE헬스케어 등도 루닛에 직접 투자하거나 루닛 제품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회사는 2024년 매출 1500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루닛이 AI 제품들에 대한 기술력을 실제로 입증하면서 주가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고, 앞으로 미국 등 선진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바이오 섹터 투심도 루닛 주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바이오주 주가가 일부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이오주의 상승 모멘텀이 물밑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조짐이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자의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