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CDMO 뛰어든 롯데...기대보다 걱정 앞서는 이유

롯데바이오로직스 5월말 신설, CDMO 사업 진출
2.5조 투자해 2030년 글로벌 톱10 기업 목표
CDMO 위해선 치료제 개발 경험 필수
BMS 생산시설 인수했지만, CDO 역량서 약점
신약개발기업 인수 등으로 경쟁력 강화 추진
  • 등록 2022-05-19 오전 8:10:15

    수정 2022-05-19 오전 8:13:04

이 기사는 2022년5월17일 8시1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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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롯데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진출을 통해 바이오 기업으로 첫발을 내디딘다. 하지만 단순 위탁생산(CMO)이 아닌 위탁개발(CDO)까지 영위한다는 측면에서 일각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을 위해서는 치료제 개발 역량이 중요한데, 롯데는 개발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투자를 통해 위탁개발 사업 역량을 확충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의결했다. 인수 규모는 1억6000만 달러(약 2000억원)다. 시러큐스 공장에서는 총 3만5000ℓ 항체 의약품 원액(DS) 생산이 가능하다. 해당 시설에서는 BMS의 주력 의약품인 면역항암제 옵디보, 여보이 등이 생산되고 있다. 롯데는 BMS와 2억2000만 달러(약 2800억원) 규모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롯데 바이오 사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5월 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신규 설립되고, 올해 하반기 미국 자회사가 설립된다”며 “미국 자회사까지 설립되는 시점에 BMS 생산시설 인수가 완료되고, 항체의약품 CDMO 사업이 본격화 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바이오 사업에서 매출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러큐스 공장 전경.(사진=롯데)
기대반 걱정반...글로벌 CDMO 도약 가능할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굴지의 대기업인 롯데의 바이오 사업 진출을 반기는 모양새다. 롯데는 바이오 CDMO 사업에 10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규모의 경제가 절실한 K-바이오에 조단위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SK(034730), 셀트리온(06827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롯데가 단순 위탁생산(CMO) 사업이 아닌 치료제 개발 노하우가 필요한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진출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CDMO 업계 관계자는 “위탁생산의 경우 고객사가 제공한 레시피대로 생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면 큰 문제 없이 가능하다”며 “이에 비해 위탁개발의 경우 개발 노하우가 필요하다. 세포주부터 규제기관 허가 문제까지 고려하면 치료제 개발 상업화 이력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롯데는 항체치료제 CDMO에 이어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으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따라서 치료제 상업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련 사업의 성공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케미칼 CDMO에서 바이오 CDMO까지 영역을 넓힌 SK는 SK바이오팜 등을 통해 치료제 상업화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에 뛰어든 메디포스트(078160), 테고사이언스(191420) 등도 자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이다.

CDMO 사업과 관련해 외부에서 제기되는 일부 우려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위탁개발(CDO)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BMS 생산시설에 포진된 인력들은 생산인력과 함께 BMS 신약들을 개발했던 인력들도 포함돼 있다. 이런 경험에 시설투자 등을 통해 CDO 분야 이력을 차근차근 쌓아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DO 사업 강화, 신약개발기업 인수가 해법

롯데는 10년간 2조5000억원의 투자를 통해 2030년 글로벌 톱10 CDMO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CDMO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생산시설(CAPA)과 바이오의약품 규제기관 승인 사례, 생산 및 개발 속도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글로벌 CDMO 기업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까다로운 만큼 고객사들은 규제기관 승인 기관 및 건수 등 품질 측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대규모 생산능력, 기술이전 및 규제기관 허가를 위한 신속한 생산과 개발 능력을 고려해 CDMO 기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CMO 시설 확장과 CDO 분야 약점을 빠르게 커버하기 위해 대규모 시설 확보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우리가 CDMO 사업에 다른 기업들보다 늦게 뛰어들었다. 따라서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BMS 생산시설을 인수키로 한 것”이라며 “CMO 생산시설 확대를 위해 10만 리터 생산공장을 건립할 것이다. 건립 장소는 미국이 아닌 국내 또는 해외 지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CDO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기업들과 M&A도 논의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치료제 개발 경험을 확보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CDO 경쟁력을 가장 빨리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다”고 했다. 롯데 관계자도 “당장은 CMO 중심의 사업 비중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CDO 사업을 위한 시설투자와 인수합병을 단행할 것”이라며 “그 대상은 신약개발 기업을 포함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2020년 3400억 달러에서 2026년 6220억 달러로 연 12%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중 롯데가 진출하는 항체의약품 시장은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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