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데일리와 판교 본사에서 만난 강성민 피플바이오(304840) 대표의 말이다. 그는 “현재 3차 의료기관 20~25곳과 알츠하이머 혈액진단키트 공급을 확정했다. 3차 의료기관을 시작으로 종합병원 등 2차, 동네 병·의원 등 1차 의료기관으로 서서히 늘려갈 계획이다. 진단키트 사용이 늘어나며 본격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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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핵심 기술은 올리고머 및 멀티머를 선택적으로 구별하고 검출하는 MDS(Multimer Detection System) 플랫폼이다.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접힘으로 인한 응집과 올리고머화로부터 시작되는 변형단백질질환 진단에 적용할 수 있다. 회사는 알츠하이머 진단키트를 개발해 상용화했고, 파킨슨병과 당뇨병 조기진단키트도 개발 중이다.
가장 공들이는 건 2018년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알츠하이머 진단키트 ‘inBlood OAβ test’다. 혈액으로 치매가 진행될 때 나타나는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화(OAβ)를 측정해, 알츠하이머 진행 여부를 조기에 파악하는 제품이다. 단백질을 응집해 잘 검출될 수 있도록, 기존 MDS 기술을 확장한 SI-MDS(Spiking&Incubation Multimer Detection System) 플랫폼을 활용했다.
“후발주자들도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를 검출하려고 시도하겠지만, 춘추전국시대가 될 수는 없다.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화를 측정하기가 까다로워, 기술적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 혈액진단키트를 개발한 업체는 일본 의료기기업체 시마즈제작소와 C2N Diagnostics 등이다. 두 기업 모두 아직 상용화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기존 검사들은 한계가 분명했다. 가장 흔한 문진은 증상이 발현한 후에야 진단이 이뤄진다. 신경심리검사는 검사 시간이 길고 검사에 전문인력이 필요해 고가다. MRI나 CT는 일정 수준 진행된 알츠하이머만 명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침습 채취 방식인 뇌척수액검사는 환자 통증을 수반한다.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으며 120만~180만원 정도로 가격이 높다.
아직 진단키트로 인한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강 대표는 “지난해 매출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5억7000만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병·의원 공급을 시작하며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전망이다. 그는 “20~25곳의 3차 의료기관에서 진단 장비를 도입하거나 수탁 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상반기 중 알츠하이머 진단키트를 공급받기로 했다”며 “전국에 3차 의료기관이 약 80개, 신경·정신과가 있는 종합병원이 250곳 정도다. 올해는 이 중 50% 병원에 공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건강검진센터와는 직장인 건강검진 패키지 서비스에 알츠하이머 혈액진단검사를 필수 항목으로 넣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규로 진단검사를 도입하는 곳까지 합치면, 올해 건강검진센터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2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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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진단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현재 글로벌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시장 규모는 4조원인데, 2028년에는 14조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국내 알츠하이머 진단 시장은 2012년 9900억원에서 2050년께 3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치매 환자는 2030년 7500만명, 2050년 1억3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환자도 2050년께 3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알츠하이머 진단검사는 ‘상태 검사’다. 얼마나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화가 축적됐는지 계속 추적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한 것도 좋은 신호다. 근본치료법이 있으면 진단 수요가 늘어날 거라 보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그는 “프랑스 CliniSciences사와 시장 테스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올해 제품을 출시한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병원에 공급이 확정됐다”고 했다.
강 대표는 피플바이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우리는 알츠하이머 혈액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지녔다. 또 여러 질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이 타깃하는 퇴행성 뇌질환 등 변형단백질질환은 고령화 사회에서 계속 문제시되는 질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