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야권 단일화 이후 처음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며 묘한 기류가 감지됐다. 윤 후보를 향해서는 화기애애하게 찬조연설에 나선 반면, 정치적 ‘앙숙’으로 꼽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는 여전히 냉랭한 모습이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저녁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 광장에서 이준석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공동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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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광진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이 대표와 안 대표의 어색한 분위기는 윤 후보 도착 전부터 엿보였다. 먼저 단상에 오른 이 대표가 발언 시간 내내 안 대표를 언급하지 않으면서다. 단일화 이후 안 대표와 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인데도 불구, 이 대표는 “세대와 지역 통합”을 외치면서도 안 후보에 대해선 침묵했다.
3분간의 연설 이후 윤 후보와 함께 ‘좌준석 우철수’ 쓰리샷을 연출할 때도 이 대표는 윤 후보를 가운데 서도록 유도했다.
안 후보 역시 연설에서 이 대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윤 후보의 상식과 공정, 거기에 안철수의 미래와 국민통합을 합치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을 세 번씩 세 차례 연호하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연설이 끝나고 양 대표는 다소 어색하게 자리를 지켰다. 한 무대에 선 이들은 윤 후보 연설 내내 거리를 유지하며 따로 인사하지 않는 등 서먹한 모습이었다. 6시15분쯤 이 대표는 무대를 떠났다. 캠프 관계자는 “노원에서 있을 다음 유세 일정을 준비하느라고 먼저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저녁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 광장유세 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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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와 15분남짓한 시간 동안 인사를 하거나 시선을 맞추지 않던 안 대표는 윤 후보 연설에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연설 내용도 상당수가 겹쳤다. 안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위기를 자초한 정권은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하면, 윤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위기에 강한 경제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데, 위기를 만들었으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의 발언에 안 대표가 빵 터지기도 했다. 이 후보를 향해 “유능하긴 하다. 돈 빼먹는 것 보니까 매우 유능하다”는 대목이다. 또 안 대표는 “민주당이라는 이름에서 ‘민주’를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윤 후보의 발언에 박수를 치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더불어패거리당이라는 당명이 딱 맞다”는 주장에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윤 후보는 연설 내내 민주당 공격으로 일관했다. 이 후보의 기본주택 및 기본소득 공약을 비난하는가 하면 민주당을 향해 “이권밖에 모르는 자들”, “국민을 무시하는 연성독재”라고 날을 세웠다. 지역 발전을 위해 준비해 온 공약은 화면 하나에 띄웠지만 연설에서 언급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