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투자처로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를 놓고 국내 주요 공모펀드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들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대부분 미국 위주의 해외 주식을 추천했지만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바이 사이드’(Buy Side)인 운용사의 생각은 좀 달랐다.
19일 이데일리가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앞두고 삼성자산, KB자산, 한국투신, 신한자산, NH아문디, 키움자산, 한화자산, 신영자산,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등 9개 운용사 CIO를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내년 주식과 자산 배분 전망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5명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식 투자가 낫다고 봤고, 4명은 국내 증시에 표를 던졌다.
미국 주식이 유리하다고 본 이들은 미국 기업이 가진 혁신성이 수익 내기에 좋고, 금리인상 시기에는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이 유리하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반면 국내 증시에 손을 든 이들은 가격 메리트에 주목했다. 내년 이후 경기나 기업이익 둔화 가능성 등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2차 전지나 신재생 산업 성장세 등을 볼 시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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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증시 주요 변수로 주요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꼽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장에 풀렸던 막대한 유동성이 마르면서 주가 할인율 조정과 현금 흐름 기대치 등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12월 연방공개위원회(FOMC)를 통해 테이퍼링(매입 자산 축소) 가속화를 알렸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년 만에 인상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대응이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로 동결했다.
종목·업종별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내년 증시에 대한 대응책으로 △저평가 가치주나 배당주 △성장이 지속되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한 기업 △상장지수펀드(ETF)나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와 같은 분산 투자 △원자재 투자를 통한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롱숏 전략의 헤지펀드 등 절대수익 추구형 등을 제시했다. 그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현금 비중을 다소 늘려 전략적 저점 매수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었다.
고숭철 NH-Amundi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총괄 상무는 “지난 ‘유동성 잔치’가 끝나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대감보다는 근거를 더 찾을 것”이라면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