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적극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 방미에 이어 6월 중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포함한 유럽순방 와중에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적극 요청했다. 특히 방한 중인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이번주 중으로 접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차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대화 조율 및 남북관계 진전이 제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북핵문제를 담당하는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의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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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김 대표를 만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는 김 대표가 미국의 대북정책 의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김 대표 임명을 발표한 것을 두고 “깜짝 선물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지난 19일 방한해 23일 오전 출국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과 김 대표의 만남은 22일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은 “성김 대사는 한반도 상황과 비핵화 협상의 역사에 정통한 분이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여했던 분”이라며 “통역없이 대화할 수 있어 북한에 대화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 관심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쏠려 있다는 것은 지난달 방미와 지난주 유럽순방에서 확인됐다. G7 정상회의 의장국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함으로써 강한 대화 의지를 발신한 만큼 북한도 긍정적으로 호응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약식회담에서도 남북·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언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스트리아를 국빈방문해 진행한 판 데어 벨렌 대통령과의 한·오스트리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백신 공급을 협력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오스트리아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찾아서는 교황의 방북을 기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유럽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방한한 김 대표는 실제 문 대통령의 기대에 걸맞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가 21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협의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이 22일 김 대표를 만난다면,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당시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를 접견했던 형식을 띨 것으로 추측된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2월 청와대에서 비건 대표를 접견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노력을 당부한 바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만남에 앞서 문 대통령이 비건 대표를 만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