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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 워싱턴 정가는 시선은 존 볼턴(사진 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온통 쏠렸다. 트윗 등을 통해 항상 사안을 주도하며 한발 앞서 나갔던 도널드 트럼프(아래 왼쪽) 대통령을 제치고 미국의 제1 외교·안보 과제인 대(對)이란 압박을 사실상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양측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충돌설·균열설’을 넘어 ‘트럼프 꼭두각시설’(puppet master)까지 등장했다.
‘네오콘의 후계자’ 그리고 마지막 공직
사태는 볼턴이 지난 5일 이란의 군사도발 징후를 근거로 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를 중동에 배치하고 있다는 성명을 직접 발표한 데 이어 9일엔 백악관 회의를 주도해 중동에 병력 12만명 파견을 검토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까지 나오면서 불거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지만, 이번 사안만큼은 과거와 달리 볼턴이 판을 벌이면, 트럼프가 수정·보완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특이한 양상을 띠었다.
미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을 속삭이는 자”(CNN) “볼턴의 궁극적인 승리의 순간”(내셔널인터레스트) 등의 자극적 제목을 붙이며 볼턴에 주목했던 이유다. 특히 워싱턴포스트(WP)·NYT 등 반(反) 트럼프 매체들은 연일 ‘트럼프 대 볼턴’ 구도를 헤드라인으로 내세우며 백악관의 속살을 드러내는 데 바빴다. 트럼프가 짜증을 냈다거나 대노했다는 보도는 그래서 나왔다.
두 사람은 이란·북한·베네수엘라·중국·러시아 등 5대 외교 난제 가운데 이란 문제만큼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고 한다. 물론 ‘최대의 제재 압박’까지만 말이다.
반면, 볼턴은 자타가 공인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후계자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상징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통한 패권 야심을 보였던 그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옛 로마의 격언을 자주 인용해 ‘위험한 전쟁광’으로 불렸다.
볼턴의 나이는 만 70세다. 선출직에 나서지 않는 이상 “NSC 보좌관이 마지막 공직일 공산이 크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아직 앞날이 창창한 마이크 폼페이오(55) 국무장관 등과 달리 트럼프의 눈치를 크게 살필 이유도 별로 없다. 뒤집어 말하면 트럼프를 지렛대 삼아 자신의 야망인 대이란 전쟁의 꿈을 이루려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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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트럼프 꼭두각시설’은 사실일까.
분석은 갈린다. 콜린 칼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공동대표와 존 울프스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군축비확산담당 선임국장이 LA타임스에 게재한 공동 기고문에서 “지금은 볼턴의 세상이다”며 “만약 볼턴의 오랜 야망이 현실화하면 미국은 복수의 ‘전쟁들’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저는 겁부터 납니다. 자칫 미군이나 군인이 부상당하거나 사망하면 사람들은 응징을 요구하게 되겠죠. 우리는 볼턴이 주도했던 제2의 이라크전을 다시 볼 수 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2인자 딕 더빈(일리노이) 상원 원내총무의 전언에서 보듯, 미 의회도 트럼프가 오판을 내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USA투데이는 “트럼프는 급작스레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며 볼턴의 지속적인 ‘압박·회유’에 트럼프가 넘어갈 가능성을 경계했다. 한 전직 백악관 직원도 “트럼프의 결정은 질서정연하지 않다”고 회고했다.
반대로 트럼프가 ‘강경 메시지’가 필요할 때마다 볼턴 보좌관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마크 더보위츠 외교정책연구소장은 “볼턴은 이란 정권에 강경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고안된 지정학적 위험을 조장하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볼턴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결별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로버트 거트맨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최근 AF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동경하는 ‘강함과 거침’을 볼턴이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트럼프와 볼턴, 두 사람 모두 ‘전략적 공생 관계’일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