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신기방기]올바른 '#미투'를 도와주는 방법

세계 각국의 새롭고 신기한 기술 이야기(新技邦記)
미투 고발 인터넷 사이트 '칼리스토 익스펜션'
두번째 성폭력 피해자 나올때까지 피해사실 DB화
피해자는 서로 고발 사실 몰라 공모의혹 차단
"복수의 피해자 등장시 미투 진실성 극적 높아져"
  • 등록 2019-03-31 오전 12:00:00

    수정 2019-03-31 오전 12:0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미투(Me Too·나도 말한다)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가 많고 뿌리가 깊다는 얘기겠지요. 미투는 분명히 존중받아야 할 목소리이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역시 때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미투 사건의 경우, 무고로 결론이 났습니다. 오랜 싸움 끝에 결론이 나더라도 지난한 진실공방의 과정은 승리자에게조차 사회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깁니다.

어떻게 하면 올바른 미투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담은 인터넷 사이트가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칼리스토’(Callisto)가 만든 ‘칼리스토 익스팬션’(Callisto Expansion)입니다. 칼리스토 익스맨션은 성폭력·성추행 피해자가 안전하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경험을 보고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후 가해 용의자의 이름, 소셜미디어, 이메일 주소 등 가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남길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정보는 암호화돼 칼리스토조차 접근할 수 없도록 데이터베이스(DB)화 됩니다.

이 정보가 활성화하는 것은 똑같은 가해자로 인한 ‘두번째’ 피해자가 나타났을 때입니다. 이미 DB에 등록된 가해 용의자와 동일한 신상 명세를 가진 이가 고발되면 칼리스토의 법률 상담원이 연락을 취해 해당 조직의 인사과나 경찰에 신고하는 등 피해를 신고한 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이를 돕습니다.

칼리스토가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가장 큰 목적은 성폭력·성추행 피해자의 보호입니다. 많은 미투 사건이 보여줬듯이 미투 사건때 가장 큰 위험부담을 지는 사람은 처음 성폭행·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이입니다.

“나도 당했다!”는 폭로가 연쇄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대다수의 경우, 피해자의 목소리는 설득력을 잃고 묻히기 일쑤입니다.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이 2012~2016년 사이 일어난 미투 사건을 조사한 결과, 성폭력·성추행 피해를 고발한 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이 해고·인사 이동 등 보복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2018년 3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범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칼리스토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스 래드는 “혐의가 둘 이상인 것이 ‘반드시 믿을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극적으로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습니다.

칼리스토 익스펜션은 피해를 고발한 이들이 서로 고발 사실을 모르도록 해 이 미투가 “공모된 것”이라는 세간의 의심을 피하는데도 도움을 줍니다.

느리지만, 한 번 터진 미투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폭발력을 가지는 만큼 진술의 신빙성을 확실하게 보장하려는 목적입니다.

현재 칼리스토 익스펜션은 베타테스트 중입니다. 작년 칼리스토는 여성 신생 창업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88명의 응답자 중 19명이 투자자로부터 성적인 접촉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후 지난해 11월 1600여명의 창업자를 초청해 이 서비스를 실험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문기관과 노동조합 등 산업 전반에서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세분화해 판매할 생각입니다.

아직 칼리스토 익스펜션의 성과를 논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이에 앞서 칼리스토가 ‘캠퍼스 성폭력’을 막기 위해 12개 대학 16만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칼리스토 캠퍼스’ 서비스의 경우, 2017~2018학년도 칼리스토 웹사이트를 방문한 피해자는 이 피해 사실을 학교 당국에 알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피해자보다 6배나 많았습니다.

또 칼리스토 캠퍼스에 저장된 가해 용의자의 DB 중 15%가 동일한 인물을 지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칼리스토는 이 시스템이 고발 시스템을 넘어 조직 내 성추행·성폭행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리잡길 원합니다.

조직 내 성추행·성희롱 피해자가 그 사실을 호소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반면 칼리스토가 칼리스토 익스펜션이 “우리 조직은 이 정도로 노력하고 있어요~”를 보여줄 허울 좋은 시스템으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합니다. 칼리스토는 이 시스템을 운영할 신규 인력을 고용하고 정기적으로 시스템의 효율성을 평가하는데 동의하는 조직에만 이 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인력자원 컨설팅회사 뜨라이브 로우&컨설팅의 변호사 겸 창립자인 케이트 비스코프는 “최악의 성범죄자는 모두가 주목한다”며 “그리고 대부분 그들이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것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 MAMA 여신
  • 지드래곤 스카프 ‘파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