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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그녀는 고백하는 사람들에게 매일 밤 자신의 꿈을 꾸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어느날 불의의 사고를 당해 얼굴이 흉측해져 버렸다. 그 날밤, 그녀의 꿈을 꾼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꿈을 주는 여인’)
2. 한 중학교의 학생들이 이상한 동굴에 있는 ‘빨간 버튼’을 절대 누르지 말라고 누군가 경고하는 꿈을 연속해서 꾼다. 마지막으로 꿈을 꾼 학생에게는 누구도 본 적 없는 아저씨가 나타나 버튼에 대해 경고한다. 모두가 의아한 상황에서 결국 한 친구가 버튼을 누른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꿈속의 빨간버튼’)
소설을 읽다 보면 마치 ‘천일야화’를 듣는 것처럼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 갑자기 펼쳐지는 기묘한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간들의 행태는 곱씹어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노동자 소설가’로 불리는 김동식(33) 작가의 소설 얘기다. 김 작가는 “봐주는 사람이 재밌어 하면 글을 쓰는 나도 즐겁다”며 “단순히 글을 쓰는 게 재밌어서 시작한 건데 취미로 돈을 버는 기분”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노동자에서 작가로
2016년부터 써내려간 짧은 소설은 지금까지 400여 편이 넘는다. 이 글들을 모아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 총 5권의 소설집을 펴냈다. ‘회색인간’은 현재 8쇄까지 찍으며 4만부가 팔렸고, 나머지 책들도 평균 4000~8000권이 팔려나갔다.
“사실 정식으로 글을 배운 적은 없다. 공포게시판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나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썼다.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맞춤법이나 개연성 오류 등을 댓글로 지적해주는데 그걸보고 수정을 하곤 했다. 한마디로 글쓰기를 ‘댓글’로 배웠다. 하하. 공장에서 단순하게 일을 반복할 때는 일상이 지겹고 보람이 없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후에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내 글이 어떻게 소비되는지도 궁금해서 매일이 재밌다.”
◇“전형적인 틀 깨고 재밌게 살았으면”
인기가 많아지면서 삶도 바빠졌다. 최근에는 ‘SBS D 포럼’과 콜라보 프로젝트 ‘파업의 원인’을 진행중이고, 9월부터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김 작가의 소설은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많아서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은 아니었고 오히려 꿈이 없었다. 중학교를 자퇴한 이후로는 학교에 간 적이 없는데 요새 강연 때문에 학교를 자주 가고 있어서 신기하다. 내가 생각한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걱정하며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틀에 갇혀 살기보다 여러가지를 시도해보며 재밌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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