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원인은 배출권 거래제의 핵심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가 실제보다 턱없이 낮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배출전망치는 정부가 업종 및 업체별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량을 할당할 때 기준이 되는 수치다. 이 때문에 이 수치가 처음부터 낮게 정해지면 업체들은 감축목표량을 실제보다 과도하게 할당받게 돼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산업계는 정부가 업종별 온실가스 할당계획안을 짤 때 2009년에 과소 계산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그대로 적용해 오류가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당시보다 6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산업계는 이 늘어난 최근 수치를 기반으로 업종별 할당계획안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하다보니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배출전망치 수정작업은 다소 기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부가 산정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2012년 실제 배출실적을 분석해보니 2800만 톤이나 초과한 것으로 산출됐다. 2010년 실 배출량 기준으로 한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또한 8억9900백만 톤으로 정부 예측치(8억1300만 톤)보다 10% 이상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준으로 온실가스 1톤당 과징금 상한선인 10만 원을 적용하면 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은 최대 28조5000억 원에 달한다.
간접배출에 대한 이중규제 문제도 산업계가 크게 반발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산업계는 전력, 스팀 등의 간접배출을 온실가스 감축 할당량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다. 간접배출이란 에너지 사용은 기업 내에서 발생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기업 외에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발전산업분야다. 전기는 필요한 업체들이 발전소로부터 구매해 사용한다.이 경우 전기를 생산 공급하는 발전소에만 배출량 감축목표를 할당하고, 이를 사용하는 철강 등 수요업체엔 아무런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 분야는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최대 13조 원 가량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중규제를 받게되면 발전 사업체들은 배출량 거래제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세 인상요인 등을 수요처에 전가하는 게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수요처 또한 이중규제로 배출량 감축부담을 이미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고있는 EU에서도 간접배출은 규제하지 않고 직접 배출만을 배출권 거래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이중규제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환경부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환경부는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뒤늦게 지난 7~8일 이틀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등에서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산업계 간담회를 열고 설득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300여 명의 기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산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이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이날 대부분 기업 참석자들은 환경부 관계자들에게 2009년 기준의 배출전망치를 최근 년도를 기준으로 재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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