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짝발(왼발 253.9㎜, 오른발 249.5㎜)과 평발이라는 최악의 조건과 100미터 달리기 14초의 타고난 둔재로 천재들을 뛰어 넘었던 노력의 화신이었다. 이런 그는 곧잘 황영조와 비교되곤 했다. 황영조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종목에서 금메달을 따 국민적 영웅으로 칭송되었다면 그는 늘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었다. 물론 그도 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한국적 상황에서 금은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런 뒤안길에서도 그는 묵묵히 1등보다 완주를 목표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이런 봉달이의 마라톤 인생은 장기투자자의 투자인생과 닮은꼴이다. 저 유명한 워렌 버핏(Warren Buffet)의 장기투자 역시 고통과 눈물의 소산임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사람들은 현재의 성공이 과거의 지독한 고통과 대칭되어 있다는 사실을 곧잘 잊는다. 최신 유행에서 벗어난 소외주를 주위의 질타와 멸시를 감내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견디며 소신껏 장기보유하기란, 웬만한 내공과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단기욕심과 주위 눈총을 못 견디고 유행에 민감한 투자를 하게 되고 결국 투자로 돈을 벌지 못한다.
장기투자는 또한 ‘만시간의 법칙’과도 닮았다. 한 분야에 만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비로서 해당분야 전문가가 된다는 법칙이다. 즉 하루 서너 시간씩 8년 가까이를 투자해야 전문가가 된다는 계산이다. 일견 쉽게 보이지만 이 또한 형설지공에 비견되는 각고의 노력을 요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을 누가 마다하랴. 그러나 그 경지에 다다르기까지 다양한 유혹들을 뿌리치고 수 많은 걸림돌을 디딤돌로 승화시킬 수 있는 내공있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수다한 걸림돌들에 넘어져 전문가가 되지 못한다.
더욱이 국내는 주요 해외국가들과 비교하여 주식 배당수익률이 매우 낮다. 최근 5년간 주요 18개국의 평균 배당수익율이 3.9%인데 한국은 1.5%에도 못 미친다. 주요국 투자자 주식평균보유기간도 가장 낮다. 싱가폴, 홍콩이 각각 2.7년, 2.3년인데 한국은 0.7년에 불과하다. 주식 매각차익에 대한 과세도 없다. 이 판이니 단기투자가 전가의 보도처럼 떠받들어 진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투기적인 시장 중 하나가 됐다.
또한 투자의 단기화는 기업경영의 단기화를 초래한다. 단기성과에 대한 압력은 경영자의 장기자본투자를 가로막는다. 사람을 키우고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모색하며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환경친화적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것들은 모조리 비용유발요인이기에 단기성과의 적이며 제약요소가 된다. 이것을 용기 있게 추진할 월급쟁이 경영자들은 거의 없다. 한 해외조사결과에 따르면 80% 이상의 CFO들은 단기수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로 인해 경제적 가치 창출 시도를 주저하게 된다고 응답했다.
나는 한국 자본시장에도 봉달이 이봉주와 같은 투자기관과 펀드 매니저가 등장하기를 열망한다. 세간의 관심 밖에서도 묵묵히 마라톤 레이스를 감행하는 인내의 투자자들을 기다린다. 짝발과 평발이라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그 조건을 탓하지 않고 천재들을 뛰어넘은 불사조와 같은 봉달이 투자자, 매 킬로의 성과는 부족할지언정 결국 42킬로의 성과로 승부하는 피와 땀의 투자자들이 나타나야 한국 자본시장도, 한국경제도 되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