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5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
똘똘 뭉친 국민 의지가 금융 위기 극복과 국가 신용도 향상의 밑거름이 됐다며, 다시 한번 그때의 경험을 살려 통일 의지를 다지고 성금을 모으자는 취지다. 그런데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절박함이 그때와 비교할 만큼인지 의문이라는 문제 제기가 나란히 떠오르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 등 북한의 잇따른 움직임에 남북 관계는 긴장·경색을 넘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을 이유로 1991년 철수했던 전술 핵의 한국 재배치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외 정세가 혼란스럽지만 정작 국민의 동요는 없다.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당시 쿠데타 혹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몇몇 심각한 추측이 있었지만 일상을 유지한 점과 마찬가지다. 그 흔한 식료품 사재기 사례도 눈에 띄지 않는다.
통일 항아리에 성금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하기 전에 통일의 당위성을 알리고 설득하는 일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통일부 장차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통일 강연을 열고 그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반면 남북 관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경우 대외적으로 할 일이 없다.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비난은 이명박 대통령이 자처하고 있고, 북한의 움직임에 대응해 주변국과 공조하는 일은 외교통상부가 담당한다. 또 비상시 군사적인 대응 방안은 마련하는 것은 국방부 몫이다.
한마디로 결집해야할 국민적 의지가 빈약하기 이를데 없는 상황이다. 이때 터져나온 통일부 장관의 성금 모금 주장은 애써 일의 우선 순위를 외면하는 모습으로 비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