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름값 할인 "쇼는 끝났다"

  • 등록 2011-07-07 오전 8:39:25

    수정 2011-07-07 오전 11:31:43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기름값이 묘하다" "회계사 출신인 내가 직접 기름 원가를 계산해보겠다" "이익 나는 정유사들, 성의표시라도 해야 한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내렸으니 올릴 때도 아름답게 올려라"

올해 초 시작된 기름값 논란이 낳은 화제의 발언들이다. 회계사 출신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기름값 원가 계산이 어떻게 결론 났는지는 깜깜 무소식이지만 어쨌든 정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정유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지난 4월7일 자정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공급가격을 리터(ℓ)당 100원씩 인하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때마침 기름값 비대칭성 조사에 나선 것도 정유사 압박에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정유사 팔 비틀기로 얻어낸 기름값 할인 조치의 시행 결과는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다. 시행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던 "100원 제대로 내린 게 맞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정유사와 주유소의 네 탓 공방 속에 묻혔다.

기름값 할인 시행 종료를 앞두고는 사재기로 일부 주유소에 기름이 바닥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무엇보다 고유가 상황이 그대로다.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원선에 근접하고 있다.

정부가 높은 기름값의 배경으로 지목한 정유업계의 독과점구조와 불투명한 유통체계도 손 대지 못한 채 고스란히 남아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모든 숙제를 3개월간 미룬 셈이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기름값 인하가 공동선(善)이라면 왜 유류세 인하를 주저하는지. 기름값 인하 혜택이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서민들에게 돌아갔는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값 인하가 바람직한 조치인지.

고유가 시대는 또 온다. 지금의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적 쇼와 한심한 임기응변식 대응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고유가 시대를 헤쳐나갈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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