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LH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속사정은 이렇다. 농협이 신·경 지주사로 분리될 경우 1조2000억원 규모의 법인세, 등록세 등 세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농협은 최근 기획재정부에 이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과세특례를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업구조 개편 전에 세금 문제를 명확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재정부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과세를 명문화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보고 `농협이 세금 문제를 꼼꼼하게 챙기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라며 "세금 문제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가 LH처럼 세금 폭탄을 맞고,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고 보고 서둘러 정부에 과세특례를 요청한 듯하다"라고 말했다.
LH 세금 문제는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쳐진 LH는 지난해 10월 1일 출범했다. 그런데 출범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생각지도 못한 세금 문제가 발생했다.
주공과 토공은 개별 회사를 청산한 뒤, LH로 다시 합치는 방식으로 통합됐다. 법인세법 49조에 따라 기업간 합병이나 분할로 소멸하는 법인은 유보사항들이 합병 법인에 승계되지 않을 경우 청산시점에 세금부담이 생긴다. LH의 경우 승계가 불가능한 유보금액이 1조원 가량으로 추산됐고, 이에 따라 2497억원의 청산소득 법인세가 LH에 부과됐다. 납부 시기는 올 1월 4일까지였고, 분할 납부가 아닌 일괄 납부해야 했다.
정부는 뒤늦게 서병수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장, 한나라당)을 통해 지난해 9월 의원입법 형태로 LH 청산소득 법인세를 과세이연(세금 납부를 일정기간 연기해주는 것)해주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12월이나 2월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LH는 청산소득 법인세 2497억 원 중 97억원은 1월에 납부했고, 2400억원에 대해선 6월 30일까지 법인세 유예를 해놓았다.
LH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법인세 납부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로 LH는 자금 마련을 위해 사채 발행도 검토할 정도였다.
하지만 합병 이후 경영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2400억원의 목돈을 한꺼번에 납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LH 안팎의 시각이었다.
이런 이유로 이지송 LH 사장이 직접 나서 국회에 법 통과를 호소했다. 결국 이 같은 호소와 정부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법안은 이번에 국회를 통과했고, LH는 세금폭탄의 부담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