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한달, 시장과 통했을까

금리 오히려 상승해 초기효과 무색
英시장, 아예 두 부류로 갈려
증시보다 물량 요인 커..유동성만 늘릴 수도
  • 등록 2009-04-12 오전 10:30:01

    수정 2009-04-10 오후 3:53:36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영국이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한 지 한달여가 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국채 매입을 통해 양적완화의 강도를 높인 지도 4주째. 그동안 시장은 얼마나 해빙됐을까.

영국만해도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를 실시한 직후 국채매도 수요가 잇따르고 국채금리에 이어 다른 채권금리도 하락하면서 청신호를 보여줬다. 미국 역시 국채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는 오히려 채권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초기 효과를 무색케 하고 있다. 영국은 아예 양적완화 수혜 여부에 따라 시장이 두 개로 갈리면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영국중앙은행(BOE)인 영란은행은 아직 양적완화 효과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반등한 증시와 채권금리 상승과 맞물려 양적완화에 대한 의구심도 차츰 세를 늘려가고 있다.

◇ 초기 효과 무색..금리 오름세

9일(현지시간) 영란은행은 8개월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지난 3월 실시한 양적완화 조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영란은행은 총 1500억파운드 규모의 국채 및 회사채 매입을 통해 실시한 공격적 양적완화에 대해 아직은 별다른 성과 평가 없이 두달가량 효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 출처:FT
그러나 아직 시기적으로 이를 수 있다는 반론에도 불구, 양적완화에 대한 의구심이 점증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모두 애초에 의도했던 금리 하락이 지속되지 못했기 때문.

연준은 3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매입 계획 가운데 300억달러 이상을 매입했지만 금리는 초기 급락 이후 오히려 상승했다. 발표 당시 2.5~3%까지 하락했던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2.9%까지 되올라온 상태다.
 
영국 역시 초기 10년물 금리가 2.91%까지 급락했지만 이후 0.5%가량 반등했다.

◇ 영국 채권시장, 수혜 따라 두 부류로 갈려

특히 영국의 경우 양적완화 이후 시장이 두개로 갈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영란은행의 매입대상 기업채권 금리만 가파르게 하락한 것.

▲ 부익부 빈익빈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지금까지 4억파운드 규모의 파운드화 기업채권을 사들였지만 재무 상황이 어려운 기업들보다는 투자등급이 높은 채권 위주로 매입을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바이백 메리트가 있는 채권을 포함한 양질의 회사채들만 수혜를 입으면서 평균 0.15%포인트가량 금리가 하락했다. 반대로 매입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회사채는 평균 0.5% 인트 상승했다.

캐리 젠킨스 에볼루션 채권담당 헤드는 "영란은행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라며 "강한 채권은 더 강하게, 약한 채권은 더 약하게 만들어 버렸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채권은 이같은 추세마저 거스르고 있다. 최근 영란은행 매입대상에 포함된 브리티시텔레콤(BT)은 펀더멘털 우려로 금리가 상승세를 탔다.

◇ 증시반등 불구, 물량 요인 커..유동성만 늘리는 악순환 우려도

물론 최근 금리 상승은 글로벌 증시 급반등 영향도 크다. 리스크 선호가 부활되면서 채권보다 주식이 선호되고 있는 만큼 오히려 더 강력한 회복 신호로 비춰질 수 있다.

▲ 양 쪽 다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게임`
그러나 지난 주 미국에서 실업률이 8.5%까지 치솟고, 실업수당청구건수도 66만건을 웃돈 상황에서도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각국 정부 국채매입이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지만 이 보다는 국채 공급요인이 더 크게 부각됐다. 미국 정부가 사들이는 채권 규모가 수년내 만기가 돌아오는 6조달러 규모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우려에서다. 

시장 참가자들은 양적완화가 금리를 끌어내리지 못한 것은 그만큼 중앙은행이 지금보다 더 공격적으로 움직여줄 것을 시장이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준 입장에서는 별다른 효과 없이 국채를 더 매수하고, 유동성만 늘리면서 부담만 키우는 셈.

실제로 연준은 다음 달 2000억달러의 신규 국채 발행을 예정하고 있으며, 연준이 매주 평균 12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하더라도 물량공급이 더 늘어나게 돼 금리를 더욱 압박할 수밖에 없다.

윌리엄 오도니엘 UBS 스트레티지스트는 "시장이 연준과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일종의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며 "연준이 더 많은 채권을 매입하길 원하고 있고, 물량압박이 금리를 띄우면서 연준을 억지로 더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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