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하이닉스반도체(000660) 부사장(사진)에 안팎의 평가다. 그는 지난 2001년 생존 기로에 섰던 하이닉스반도체가 삼성으로부터 영입한 인재다. 지금의 하이닉스를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공헌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D램분야 선두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의 생산을 관할하고 있는 최 부사장에게 급락하고 있는 D램가격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D램 가격이요? 제가 봐도 많이 떨어졌죠. 세계적으로 많은 회사들이 4월달에 적자를 냈을 겁니다. 하지만 5월이 바닥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이닉스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그 정도까지는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 부사장은 "가격이란 게 예측하기 어려운데"라면서도 "6월 들어가면 제조업체들이 주문을 하는 시기가 오고 윈도우 비스타 효과도 점차 가시화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놨다. 하반기부터는 탄력을 받기 시작하지 않겠냐는 예상이다.
◇"위기라구요? 정면돌파할겁니다"
"D램 업계는 5~6년마다 지각변동을 해왔습니다. 2001년도에도 하이닉스가 퇴보한 반면 마이크론과 키몬다가 전진하는 구도였었죠. 아마 올해에는 하이닉스가 약진하는 한 해가 될 겁니다. 일부에서는 공급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것 같은데 일회적인 조정으로는 되지 않을 겁니다. 하이닉스는 물론이고 삼성도 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같은 자신감을 비친 것은 하이닉스의 생상성 향상을 통한 원가 경쟁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M10라인은 최근 월 10만장 생산을 돌파했다. 특히 M10공장이 8인치를 12인치로 개조한 생산라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실적은 더욱 놀랍다. 통상 12인치 라인의 업계 평균 생산량은 월 7~8만장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직 한 20% 정도는 더 향상될 여지가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 아마 실무라인에서는 더 높은 목표를 잡고 있을 겁니다. 목표를 제시할때는 현실성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요즘은 그냥 믿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달성하곤 합니다"
최 부사장의 얼굴에는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가득했다.
그가 직원들에게 갖는 믿음만큼, 직원들이 그에 대해 갖는 신뢰도 절대적이다. 그가 지난 2003년 제조본부장으로 부임한 후 `계란을 수만 번 던지면 바위도 깨뜨릴 수 있다`고 하자 직원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하이닉스는 생존의 기로에서 벗어나 세계 5위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업계최고 생산성, 엔지니어들 덕분이죠"
업계에서 놀랄만한 생산성을 내는 비결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모든 공을 직원들과 엔지니어들에게 돌리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종갑 사장이 취임후 제시한 `2010년 반도체 3위 기업`이라는 중기목표에 대해서도 "가능하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까지는 지금의 사업구조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김종갑 사장을 비롯한 우리의 목표는 3위가 아니고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를 만드는 겁니다. 강점을 가지고 있는 메모리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가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겠죠."
◇"나는 지금 전쟁중..쉬는 건 사치일뿐"
평상시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질문이 그의 현답(賢答) 한마디에 우문(愚問)이 되버렸다.
"반도체 사업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견디기 힘듭니다. 반도체는 1년 내로 흥망성쇠가 좌우되는 사업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괴롭다고 생각하고 스트레스로 여기면 견디기 힘들죠. 저는 항상 전쟁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저기 총성이 들리는데 쉰다는 것 자체가 사치입니다. 쉬는 건 은퇴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는 "나는 독종이라고 생각안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독종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보물 1호는 집에 놓여있는 런닝머신이다. "내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런닝머신을 이용해 5년째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출근에 나선다.
인터뷰 내내 "나는 CEO를 보좌하는 스탭일뿐인데.."라며 부담스러워 하던 최 부사장은 "이건 꼭 써줘야 된다"라며 직원들과 엔지니어들에 대한 얘기를 다시 한번 꺼냈다.
"우리 엔지니어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순수합니다. 하이닉스가 지금처럼 성장한 것은 엔지니어들의 공이라고 봐야 합니다. 지금도 밖으로 나가면 몇배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뛰어난 사람들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밤을 새워가며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이닉스 부활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그가 생각하는 진짜 일등공신들은 하이닉스의 모든 직원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