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멀티플렉스 그만 지어라`

현대證 "대규모 증설 계획 재검토해야"
CJ CGV "2~3년전 계약된 내용..계획대로 확장" 방침
  • 등록 2007-05-04 오전 9:00:00

    수정 2007-05-04 오전 8:58:56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CJ CGV가 공격적인 멀티플렉스 확장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화 관람객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데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인 멀티플렉스 확장을 지속해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작 회사는 2~3년전 계약된 내용이니만큼 계획된 사이트 확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불황의 골 깊다..관객 성장세 둔화 `현실화`

1분기 영화 시장은 불황이었다. 서울 관객은 1205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7.3% 감소했다.

한익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영화 흥행의 다운 사이클이 깊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1분기 `왕의 남자` 대규모 흥행에 따른 역기저 효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년대비 33편 늘어난 122편의 영화가 상영됐는데도 관객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그만큼 흥행 사이클의 골이 깊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관객 성장세 둔화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부터 서울 극장 관객수를 살펴보면 단기적인 흥행 변동을 제외하고 제자리 걸음이다. <그래프 참조>

유정민 한국증권 연구원은 "영화 관람객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며 "현재 멀티플렉스 극장은 포화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속되는 사이트 증설→수익성 악화

1분기 CJ CGV의 실적은 저조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5.8% 감소했다. 매출은 704억원으로 0.6% 줄었으며 순이익은 16억원으로 84.3% 급감했다.

수익성 악화 배경에는 영화 시장의 불황과 더불어 대규모 사이트 증설이 자리잡고 있다. CJ CGV는 올들어 4개 사이트를 신규 오픈했다. 연말까지 6개 사이트를 추가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한익희 연구원은 "대규모 직영 사이트 증설은 필연적으로 이익의 압박을 가져온다"며 "분기마다 계속되는 직영 사이트 증설로 당분간 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사이트 증설에 따른 자금 수요로 부채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이미 부채비율이 110%를 넘어선 CJ CGV는 지난달 30일 400억원 규모의 사채를 추가 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 연구원은 "현재 CJ CGV의 부채는 1300억원 규모"라며 "부채의 증가에 따라 이자비용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CJ CGV의 이자비용은 40억원. 올해 유동성사채의 차환발행을 가정하면 68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다.

한 연구원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증설 계획이 재검토 없이 실행되고 있다"며 향후 증설 비용과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회사측의 공식적인 답변을 촉구했다.

◇배경은 `경쟁심리`?

그러나 정작 회사측은 계획대로 사이트 증설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CJ CGV 관계자는 "사이트 증설은 2~3년전에 계약돼서 진행되는 내용"이라며 "관객 수요의 한계가 왔다는 이야기는 멀티플렉스 초창기부터 있었던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수익성 악화에 대해서도 "2분기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나아질 것"이라며 "`스파이더맨`, `캐러비안의 해적`, `슈렉`, `해리포터` 등 7월까지 헐리우드 대작 라인업이 줄지어 개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J CGV가 이처럼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사이트 증설을 지속하는 배경에는 경쟁적인 시장 분위기도 깔려 있다. 

유정민 연구원은 "멀티플렉스들이 주요 지역에 경쟁적으로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지역별로 중복되는 사이트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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