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플러스,‘위고비’ 있는데도 ‘삭센다 제네릭’ 자신하는 까닭

  • 등록 2025-01-10 오전 9:05:32

    수정 2025-01-10 오전 9:05:32

이 기사는 2025년1월3일 9시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최근 비만치료제 ‘삭센다’보다 효과가 좋은 ‘위고비’가 국내 출시됐다. 하지만 한독(002390), 펩진, 바이오플러스(099430) 등 국내 바이오 3개사가 ‘삭센다 제네릭’을 준비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데일리는 매일 투약했던 삭센다보다 주 1회로 투약 주기를 늘린 위고비가 시장을 잠식하는 와중에 국내 3사가 굳이 삭센다 제네릭 출시를 준비 중인 이유에 대해 조명해봤다.

위고비 등장에 위축된 삭센다, 물질 특허 만료까지

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삭센다와 위고비는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비만치료제이다. 투약 주기를 기존 1일 1회에서 주 1회로 늘린 위고비는 체중 감량 효과도 삭센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빠르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위고비는 매출이 96억4800만크로네(한화 약 1조2520억원)에서 올해 3분기 173억400만크로네(2조2450억원)로 79.4% 급증하는 동안 삭센다는 26억700만크로네(3380억원)에서 14억9700만크로네(1930억원)로 42.6% 감소했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가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으로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빅토자’와 비만치료제 ‘삭센다’ (사진=노보 노디스크)
이런 가운데 삭센다(성분 리라글루타이드)의 물질 특허는 지난해 5월 23일 만료됐다. 이에 삭센다 제네릭을 개발, 출시하는 업체들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인도, 중국, 영국, 미국에서는 이미 삭센다 제네릭을 출시한 상태다. 중국에서는 화동제약의 ‘릴루핑’, 베네매제약의 ‘페이수메이’ 등 2개의 삭센다 제네릭이 출시된 상태다. 인도에서는 글렌마크제약의 ‘리라핏’이 승인됐다. 영국에선 한독의 파트너사인 인도 바이오기업 바이오콘이 지난 3월 삭센다 제네릭을 영국에서 허가받으면서 지난달 영국 출시를 마쳤다.

미국에선 테바 파마슈티컬스(Teva Pharmaceuticals)가 2019년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 합의를 마치고 6월 미국에서 리라글루타이드 제네릭을 출시한 데 이어 히크마 파마슈티컬스(Hikma Pharmaceuticals)가 FDA 시판 승인을 받으면서 2개 제품이 격돌할 전망이다. 두 의약품은 삭센다와 같은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빅토자’(Victoza)의 제네릭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시판을 승인한 삭센다 제네릭도 등장했다. FDA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각) 히크마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빅토자 제네릭을 승인했다. 히크마는 미국 전역에 삭센다 제네릭을 공급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약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FDA의 첫 삭센다 제네릭 승인을 계기로 후발 주자들의 승인도 이어질 전망이다. FDA는 미국에선 삭센다 제네릭이 4개 넘게 등장,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3사의 삭센다 제네릭 출시 전략은?

이런 상황에서 국내 3사는 삭센다 제네릭 출시 전략을 어떻게 짜고 있을까? 한독의 경우 삭센다 제네릭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지만 국내 시장 진입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펩진과 손잡은 바이오플러스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해 캐시카우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독은 국내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독은 지난해 5월 바이오콘이 개발한 삭센다 제네릭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국내 독점 판매·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국내 허가를 받기 위한 특별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출시 여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OVIA)에 따르면 삭센다의 국내 매출은 지난해 66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판권만 쥐고 있는 한독으로서는 삭센다 제네릭 출시로 기대되는 매출과 수익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바이오플러스는 해외에서 삭센다 제네릭으로 허가를 받고 저개발 국가에서 빠르게 시판하겠다는 전략이다. 삭센다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1조2252억원 규모이기 때문에 해외 시장을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다.

2017년 3월 설립된 펩진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위고비와 오젬픽의 바이오시밀러도 개발 중이다. 바이오플러스와 삭센다뿐 아니라 위고비 바이오시밀러도 공동 제품화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바이오플러스는 펩진에 기술료를 제공하고 완전한 권리를 확보했기 때문에 개발 완료 이후 펩진에 추가적으로 관련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바이오플러스는 현재 삭센다 제네릭의 공정을 표준화하고 스케일업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후 FDA가 제시한 삭센다 제네릭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임상과 PK·PD데이터 확보를 위한 추가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바이오플러스, 저개발 국가 비만 시장 노린다

바이오플러스가 FDA 허가를 예상하는 시기는 2026년이다. 그 전인 올해 3분기까지 수출 허가부터 받고 판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플러스가 노리는 건 저개발 국가 시장이다. 최승인 바이오플러스 상무는 “아직도 저개발 국가에는 삭센다가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삭센다가 고가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바이오플러스는 대장균으로 생산수율을 높였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상당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최 상무는 “인도 삭센다 제네릭은 합성의약품이기 때문에 오리지널 삭센다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바이오플러스는 대장균으로 생산하면서 수율이 월등히 높아졌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플러스는 삭센다 제네릭 개발이 완료되면 신속하게 저개발 국가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최 상무는 “바이오플러스가 (삭센다 제네릭) 제품을 만들면 사서 출시·판매하겠다면서 접촉하고 있는 회사가 몇 군데 있다”고 귀띔했다.

추후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회사는 수출 허가 직후 국내에 수입 판매하는 방안과 함께 FDA 허가 획득 후 국내 출시해 판매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삭센다 복제약을 바이오시밀러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FDA보다 허가 기준이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최근 FDA 승인 제품이 탄생하면서 FDA 허가 절차는 보다 명확해졌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바이오플러스의 삭센다 제네릭이 국내 시장점유율을 30% 차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매출 300억원을 기대해볼 수 있다. 여기에 저개발국가 매출이 더해질 경우 삭센다 제네릭으로만 수백억원대 매출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매출 추정이 현실화되려면 3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생각이다.

회사는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가 만료되는 2026년부터 비만치료제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은 위고비 중심, 저개발 국가는 삭센다 제네릭 중심으로 시장이 양분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삭센다 제네릭의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제품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전망이다. 최 상무는 “그 때쯤이면 오리지널인 효모보다도 수율이 낮은 합성의약품 제네릭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바이오플러스는 수율이 높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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