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근원치료제’ 경쟁, 美 바이오스플라이스 vs 코오롱티슈진

  • 등록 2025-01-03 오전 9:05:28

    수정 2025-01-03 오전 9:05:28

이 기사는 2024년12월27일 9시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세계 최초 골관절염 근원치료제(DMOAD) 타이틀’ 획득을 목표로 미국 바이오스플라이스의 골관절염 치료제 ‘로어시비빈트’(Lorecivivint)와 코오롱티슈진(950160)의 ‘TG-C’(옛 인보사)가 맞붙는다. 우선 내년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는 로어시비빈트가 한 발 앞섰지만 TG-C 역시 유력한 DMOAD 후보로서 바짝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2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골관절염 시장은 치료제가 아닌 진통제 위주로 형성돼 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8조2000억원 규모이며, 2031년까지 연평균(CAGR) 약 4.4% 성장, 약 1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근본적으로 질병을 개선할 수 있는 DMOAD가 세계 최초로 등장할 경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美 바이오스플라이스 ‘로어시비빈트’ 탐탁지 않은 임상 3상 결과 반복

미국 바이오텍 바이오스플라이스 테라퓨틱스(Biosplice Therapeutics)는 최근 미국 류마티스학회 연례 학술대회(ACR Convergence 2024)에서 로어시비빈트의 임상 3상 장기 연장시험인 OA-07 연구 결과를 구두 발표했다. OA-07 연구는 미국 골관절염 환자 27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앞서 실시한 글로벌 임상 3상인 OA-11 연구 피험자들을 선별해 진행한 게 특징이다.

OA-07 연구의 주평가지표는 무릎 관절 공간 너비 변화(Change from parent-study baseline medial joint space width (mJSW) in the target knee)와 엑스레이(X-ray)로 문서화된 mJSW의 기준선 변화로 설정됐다. OA-11 연구에서 부평가지표였던 무릎 관절 공간 너비 변화에서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바이오스플라이스가 공개한 OA-07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릎 관절 간격 공간 폭 변화의 경우 2년 차 때 투약군과 위약군이 0.09mm의 차이를 보였으나 P값이 0.233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3년 차에도 두 그룹의 차이는 0.14mm로 P값이 0.061이었다. 주평가지표의 P값이 0.05 이하로 나와야 성공적인 임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미충족한 셈이다.

OA-07 연구의 임상 디자인은 상당히 독특하게 설계돼 있다. OA-07 연구는 첫 48주간 이중 맹검이 아니라 단일 맹검 및 위약 대조군으로 진행하다 나머지 연구는 오픈라벨 및 비통제군(Uncontrolled)으로 진행했다. 비통제군이란 대조군 없이 시험군 단독으로 수행하는 임상을 뜻한다. 즉 48주간 투약군과 위약군으로 나눠서 임상을 진행하다 그 이후에는 위약군에도 로어시비빈트를 투약해 임상을 추진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임상은 이중 맹검으로 실시되는데 이 연구는 단일 맹검으로 수행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피험자뿐 아니라 의료진도 투약군과 위약군을 미리 알 수 없는 이중 맹검과 달리 단일 맹검의 경우 피험자는 치료제의 종류를 모르지만 연구자는 치료제의 종류를 알 수 있다. 단일 맹검은 연구자의 선입견이 작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피하는 방식이다.

부평가지표 중 기능저하평가점수(WOMAC function score)는 48주차 시점에서 P값이 0.035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됐다. 바이오스플라이스는 임상 2상(OA-04 연구)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 OA-07 연구 결과 구조적 개선을 확인했으므로 해당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중 FDA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DMOAD에 도전하는 신약 중 가장 앞선 단계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바이오스플라이스가 로어시비빈트 임상 3상을 OA-10, OA-11, OA-21 등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시행했음에도 모두 주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 했다는 점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해당 임상은 모두 주평가지표가 12주차에 측정된 숫자 평가 척도(NRS)로 동일하게 설정됐다. 바이오스플라이스는 해당 임상 3상들의 연구 결과를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게시하지 않았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임상 설계는 일반적이지 않다”면서 “FDA에서 신뢰성을 의심할 수 있고, 신약 허가 승인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코오롱티슈진 ‘TG-C’ 여전히 세계 최초 DMOAD 자신하는 이유

로어시비빈트 다음으로 FDA에 DMOAD 도전장을 내밀 코오롱티슈진의 TG-C는 현재 미국 임상 3상 환자 투약을 마치고 추적관찰 중이다. FDA에 신약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는 2027년 상반기로 로어시비빈트와는 2년의 격차가 있다. 그 다음으로 DMOAD에 도전하고 있는 노바티스의 ‘LNA043’은 글로벌 임상 2상 환자 모집 중이다. 해당 임상은 2027년 10월에 완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TG-C보다 앞서 신약 허가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

코오롱티슈진 측은 TG-C의 미국 임상 2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던 만큼 임상 3상도 유의미한 결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TG-C의 전신인 인보사가 국내 식약처에서 2019년 품목허가 취소를 당했지만 2017년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았다는 점도 FDA 신약 허가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TG-C는 국내 임상 3상과 미국 임상 2상에서 주평가지표를 충족한 바 있다. 두 임상 모두 주평가지표는 관절염의 기능·활동성 평가지수(IKDC)와 통증평가지수(VAS)였다. 미국 임상 3상의 주평가지표는 골관절염 증상평가지수(WOMAC)과 VAS로 설정됐다. WOMAC의 경우 국내 임상 3상의 2차평가지표였으며,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한 바 있다.

FDA의 신약 허가 심사 과정에서 TG-C가 로어시비빈트보다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어시비빈트는 저분자화합물이지만 TG-C는 유전자치료제라 복잡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전자치료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 안전성 데이터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코오롱티슈진은 FDA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2년이 넘도록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의 점검을 받았다. IDMC는 안전하지 않은 약물 사용 중단을 권고하며, 사망자나 중대한 질환이 발생할 경우 임상의 일부 계획을 수정할 것을 권하거나 일시 중단하도록 한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IDMC의 결정이 임상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상 진행의 청신호로 해석할 순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외에 제조공정(CMC) 분야도 스위스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 론자(Lonza)와 협조하며 상업화에 준하는 프로세스를 확립했다. 2026년까지 CMC 분야 품목허가(BLA) 패키지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TG-C가 FDA 품목허가를 받으면 글로벌 사업 교두보를 확보하고, 지역별로 사업화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DMOAD로서의 잠재력은 TG-C가 여전히 선두권에 위치한다”면서 “미국 임상 2상의 결과는 한국 임상 3상에서 재현됐으며, 미국 임상 3상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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