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 받은 MASH 치료제의 간 섬유화 개선율이 14%에 불과한 가운데, 한미약품이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는 효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19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MASH 치료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240명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임상은 미국 32개, 한국 12개 등 총 44개 기관에서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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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성 지방간염은 지방간과 간세포 손상이 동반되고 심하면 섬유화가 진행되는 질환이다. 간 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MASH의 원인은 비만, 당뇨, 인슐린 저항성, 고지혈증,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 등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MASH 치료제 시장규모는 오는 2026년까지 253억달러(33조737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4억 4000만명의 MASH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도 4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변한 MASH 치료제 없어
문제는 현재까지 제대로된 MASH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MASH 치료는 간 섬유화 효과를 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올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레스메티롬은 섬유화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레스메티롬이 FDA의 가속승인 근거가 됐던 임상 3상 결과를 보면, 위약군 대비 섬유화 개선 반응률이 12~14%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레스메티롬은 FDA 승인을 받은 세계 유일 MASH 치료제다. 개발 중인 치료제 가운데서도 경쟁력 있는 MASH 치료제는 찾기 어렵다고 한다.
그는 “최근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한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위고비) 역시 대조군 대비 섬유화 개선 반응률이 14.5%”라며 “다시 말해 실제 약물 투약에 의한 섬유화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14% 수준에 머물러 있단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갈메드의 아람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MASH의 병리학적 특징은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돼, 간의 대사 기능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 간에 축적된 지방으로 간세포가 손상된다. 이에 따라 염증 반응이 활성화한다. 만성적인 염증은 간 구조와 기능 손상으로 간 섬유화를 일으킨다. 과도한 지방산은 활성산소(ROS)를 생성해 간세포 손상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3중 기전에서 해답 찾아...‘지방 막고·분해 + 간 손상 치료’
한미약품은 MASH 치료 해법은 단독요법보다는 병용요법, 단일기전보단 복합기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문희 한미약품 GM임상팀 이사는 “MASH 치료제 단독 요법에서 제한적인 효능을 보이자, 최근엔 병용요법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미약품은 개발 초기부터 MASH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분석했다”며 “결국 해결책은 다중작용제를 만드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견했다.
한미약품의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3중 복합기전으로 만들어졌다. 한미약품은 약물 설계부터 병용요법이 아닌, 단독 요법으로 약리적 효과 발휘를 의도했다는 의미다.
이 이사는 “한미약품은 개발 초기부터 MASH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분석했다”며 “결국 해결책은 다중작용제”라고 판단했다.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식욕억제로 과도한 지방의 간 축적을 막고 △항염증으로 손상된 간세포를 치료해 섬유화를 방지하고 △간에 축적된 지방을 분해해 간 염증을 최소화하고 섬유화를 막는 3중 작용제다. 지방축적을 최소화하고, 손상된 간 염증은 치료해서 간 섬유화를 치료하겠단 계산이다.
전략적중...비교에서 우수한 결과
한미약품의 3중 복합기전 전략은 적중했다. 에포시페그트루라이드는 비알코올성지방간 동반 비만 환자 6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a상에서 지방간이 평균 81.2% 감소했다. 모든 환자에서 지방간이 50% 이상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비교실험에서도 탁월한 결과를 냈다.
일라이 릴리의 티제파타이드(마운자로·젭바운드)보다 간 섬유화를 일으키는 물질 발생을 절반 수준으로 감소시켰다는 것이 비교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일라이 릴리의 티제파타이드가 MASH 임상 2상에서 52주차에 섬유화 악화없이 증상을 개선한 피험자는 73.9%로 나타났다. 티제파타이드의 MASH 치료 효능에 시장이 열광했던 점을 고려하면 에포시페그트루타이의 결과는 놀랍다는 분석이다.
이 이사는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가 동물실험에서 MASH의 증상을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며 “임상 1상에서도 간 지방증 감소에 대한 유효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전임상의 항섬유화 효능이 사람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이 같은 성과는 2021년 FDA로부터 우선심사대상(Fast Track) 의약품으로 지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더해 FDA 및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원발 담즙성 담관염 (PBC), 원발 경화성 담관염 (PSC), 그리고 특발성 폐섬유증 (IPF)에 대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그는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임상 데이터가 개발 중인 경쟁제품 대비 가장 우수해 FDA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고 설명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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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상업화 모두 고려
이미 후기 임상(2b상)에 접어든 점을 고려할 때, 기술수출이 어려울 것이란 시장 전망엔 선을 그었다.
기술수출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지적에, 이 이사는 “많은 제약사가 MASH 치료제 개발에 실패했기 때문에 기술도입에 보수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하지만 간섬유화가 진행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효능을 보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현재 많은 MASH 치료제 후보물질들이 임상단계에 진행 중이지만, 간섬유화에 있어선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가 가장 우수하다”고 했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여부와 상관없이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 임상 3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2b상 완료 후 임상 3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또 다른 적응증(PBC, IPF, PSC 등)들에 대한 임상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