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일본, 중동, 동남아시아 등 해외 곳곳으로 진출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아직도 투자은행(IB) 업계는 ‘미국’을 글로벌 진출 선호 지역 1위로 꼽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벤처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으니 성장과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벤처투자사들도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스타트업들의 미국 진출을 돕기 위해, 그리고 현지 알짜 딜(deal)을 선점하기 위해 현지 네트워크를 넓히려 분주한 모양이다. 벤처투자 업계의 아메리칸 드림이 결실을 보게 될지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사진=아이클릭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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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내 IB 업계에 따르면 모태펀드 글로벌 출자 사업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미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글로벌 벤처투자 업계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부침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미국 시장이 선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투자사들이 미국에서 좋은 딜을 발굴하려는 움직임도 속속 생기고 있다. 다수의 국내 투자사가 글로벌 지역 중 가장 관심이 많으며, 진출하고 싶은 지역으로 미국을 꼽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관심 있는 해외 시장을 조사한 결과 미국이 1위를 차지했다. 중동, 일본, 동남아 등은 그 뒤를 이었다. 해당 조사에서 미국은 몇 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동안 한국에 본사를 두고 미국에 진출한 사례는 여럿 있다. 예컨대 아주IB투자는 미국 보스턴 법인인 솔라스타벤처스를 운영하고 있고, 실리콘밸리에도 지점을 세웠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1억달러(약 1376억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현지에서 결성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탑티어 이머징 VC펀드에 대한 출자와 공동투자도 진행해 미국 내 VC 네트워크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포트폴리오사의 미국 진출을 도와 엑시트에 성공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최근 국내 투자사들은 성장성과 확장성이 높은 해외로 진출하는 스타트업을 선호하고 있다.
국내 한 투자사 관계자는 “일본과 동남아 진출 수요도 있는데 아무래도 시장이 큰 미국에서 성공하면 다른 지역으로 뻗어 나가기 쉽다는 판단에 미국 진출을 원하는 기업을 골라 지원하거나 투자하는 편”이라며 “현재 몇몇 VC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패밀리 오피스들 역시 오너가 보유한 기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본격 미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투자유치를 위한 데모데이를 현지에서 개최하기도 한다. 예컨대 VC협회는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스케일업 팁스 선정기업 13개사와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글로벌 밋업을 진행했다. 이미 현지 사무소를 차린 곳들도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창업육성플랫폼 IBK창공은 실리콘밸리 데스크를 통해 사업현지화, 판로개척, 투자유치 IR, 데모데이, 네트워킹 등 스타트업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도와주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VC인 500글로벌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IBK창공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킥오프데이 행사도 개최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투자는 원래 로컬 비즈니스라 현지에 진출해 성과를 내기 또한 쉽지 않다”며 “현지에 사무실을 두고 네트워크를 늘려야 현지 VC들로부터 좋은 딜을 소개받고 투자를 원활히 할 수 있어 지사를 세우려고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