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료에 관광세 더해도…관광객 안 줄었다[관광세 도입 재점화]②

베네치아·발리 과세 후 되레 늘어
"간접세라 조세 저항 우려 낮아"
  • 등록 2024-10-21 오전 12:00:01

    수정 2024-10-21 오전 12:00:01

발리 브사끼 사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데일리 이민하·김명상 기자] 관광세 도입이 여행객의 방문 의욕을 꺾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부 도시에선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이데일리가 이탈리아관광청과 인도네시아관광청 홈페이지 등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 4월부터 주말과 공휴일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도시 입장료 5유로(약 7440원)를 부과했으나 정책 도입 후 11일간 베네치아를 방문한 관광객은 평균 7만 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만명이 더 늘었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지난 1월 방문객이 42만 명이었으나 2월에 관광세를 도입한 후 3월에는 4만 명 늘어난 46만 명을 기록했고 4월에는 5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관광세가 조세 저항을 유발해 관광지의 매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간 결과다. 실제로 국내 지자체가 관광세를 도입해도 관광객 감소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2019년 한국지방세연구원이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관광세 도입에 대한 논의와 발전방향’에서는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관광 수요의 변화는 미미하고, 그중에서도 ‘숙박’ 부문이 가장 적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관광세의 형태 중 하나인 숙박세가 부과돼 요금이 1% 상승할 경우, 내국인의 숙박 수요는 0.29%~0.37%, 외국인의 숙박 수요는 0.6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국내에서 5%의 숙박세를 부과하면 서울은 약 801억 원, 제주도는 약 228억 원의 추가 세수를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숙박세를 도입해도 지역의 관광에 미치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은 셈이다.

해외 도시들 역시 관광객의 조세 저항을 막기 위해 관광세를 숙박세 형태로 세금을 부과 중이다. 숙박세는 다른 세금과 달리 징수 절차가 간편하며, 자발적인 관광 활동에 부과되기 때문에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호텔 투숙객에게 ‘점유세’를 부과하며 객실의 크기와 유형에 따라 1박당 약 2달러에서 5달러의 세금을 받는다. 일본 도쿄도 1박당 숙박요금이 1만엔을 넘길 경우엔 100엔, 1만 5000엔을 초과할 경우에는 200엔의 세금을 걷는다. 관광객 감소 우려로 관광세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국내 일부 지자체에게는 참고할 만한 사례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관광세는 간접세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득세 및 재산세와 비교해 조세 저항의 반발이 낮은 편”이라면서 “관광세 도입으로 일부 수요 감소가 예상되나 지자체의 자주 재원 확보와 세수 확충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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