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종 1주일 전 학교 근처에서 우연히 김 씨를 만나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은 A양은 실종 전날 친구에게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신고해달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A양 어머니는 딸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행방을 수소문하다 김 씨를 찾았고, 김 씨는 현관문을 두드리는 어머니를 피해 뒷문으로 달아났다가 다음 날인 17일 오전 집 근처 공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 씨를 용의자로 보고 A양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지점이자 김 씨가 A양 실종 당일 다녀간 도암면 매봉산 일대를 수색했다. 안타깝게도 수색 8일 만인 같은 해 6월 24일 매봉산 정상 뒤편 7~8부 능선에서 A양 시신이 부패된 채 발견됐다.
김 씨가 숨지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지만 경찰 수사 결과, 김 씨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낫과 그의 집에 있던 이발기에서 A양 DNA가 나왔다.
사건 당일 그가 집에 돌아와 불에 태운 물건들도 A양 옷가지와 손가방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러한 수사 결과를 토대로 김 씨를 피의자로 지목했지만, A양 시신 부패 정도가 심해 어떻게 살해됐는지 밝힐 길이 요원했다. 더구나 범행 동기와 과정을 자백할 김 씨도 영원히 사라졌다.
특히 A양이 시신으로 발견된 매봉산 정상 너머까지 어떻게 갔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이 산에는 과거 김 씨 부모 묫자리가 있었는데, 경찰은 김 씨가 묘를 이장한 후에도 가끔 마을을 찾아 지리를 잘 아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A양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김 씨가 승용차를 주차한 농로에서 험준한 산세를 타고 30분 이상 걸어야 하는 곳으로, 몸무게 70㎏의 A양을 혼자 들고 이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봤다.
또 살해 뒤 시신 운반을 도와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작게 판단했다. 김 씨의 동선에 제3의 인물을 만났거나 접촉한 정황 등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 “산자락 아래에서 살해를 하고 이동은 절대 안 된다. 2명도 안 된다. 성인이 혼자 올라가도 헐떡거리는데 더군다나 70㎏의 무게를 이동하긴 어렵다”며 유인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김 씨의 유년시절부터의 행적 및 성향을 조사하고 프로파일러 등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쳤지만 정확한 범행 시점과 장소, 수법, 동기는 특정하지 못했다.
수사 과정 중 시신 발견 지점이 김 씨 부모의 묫자리와 가깝고 김 씨가 부근에 주차한 사실까지 확인했음에도 실종 8일이 지나서야 시신을 발견하는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또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간부가 A양을 찾겠다며 A양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는 등 주술적 방식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시대착오적이라는 빈축을 샀다.
결국 경찰은 김 씨가 성적인 목적으로 사전에 철저히 계획한 뒤 단독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사건 3개월여 만인 2018년 8월 19일 수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