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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날은 같은 해 1월 26일이었다. 배씨는 이날 새벽 0시 46분께 서울 용산구에 있는 자택에서 소주를 마시고 밖으로 나와 소리를 지르며 욕설하고 있었다. 이후 길을 가던 피해자 A(32)씨와 B(34)씨에게 일부러 다가가 어깨를 밀치며 시비를 걸었다.
난데없이 취객이 접근해오자 두 사람은 B씨의 집 방향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배씨는 집에서 길이 31㎝의 흉기를 챙겨와 이들을 뒤따라갔다.
배씨는 피해자들이 B씨의 집 앞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A씨에게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이고 흉기로 그의 가슴을 찔렀다. 옆에서 이를 말리는 B씨를 향해서는 주먹을 수차례 휘둘렀다.
배씨는 체포 당시 “내가 찔렀다“고 소리를 질렀으며 조사를 받으면서도 “피해 남성의 멱살을 잡고 흉기로 찌른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그는 재판 과정에서 몸싸움 도중 자신이 들고 있던 칼에 피해자가 찔린 것이고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기에 형이 감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서 “피해자 찌른 건 기억 안 나”
배씨는 첫 공판기일에서 “극도로 화가 나 집에 가서 흉기를 잡은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 이후 피해자를 쫓아가 찌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경찰차가 오는 것부터는 기억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경찰 수사를 지적하거나 유족들이 있는 방청석을 향해 “죄송하다. 건강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유족 측은 “이 사건은 남아 있는 가족, 피해자와 결혼을 약속한 이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극악무도한 범죄”라며 “기억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말을 하나도 믿지 않는다. 그가 거짓말로 감형받으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배씨의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서는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치료를 받았다는 아무런 자료도 없고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피해자를 찌르는 장면이 명확하게 찍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부터는 이전 진술을 번복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바로 도망치지 않았다는 등 피해자들을 탓하며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유족들과 B씨로부터 용서받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도 않았으며 이전에도 유사한 폭력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질러 재범의 위험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이에 배씨와 검찰은 쌍방 항소했고 2심 재판부가 이를 기각한 뒤 대법원이 배씨 측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