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야산에 암매장한 ‘가출팸’ 선배들[그해 오늘]

  • 등록 2023-11-02 오전 12:00:11

    수정 2023-11-02 오전 12:00:11

[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2020년 11월 2일 대법원 3부(대법관 이동원)는 보복살인 및 피유인자살해, 사체은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출 청소년 김모(당시 23세)씨에게 징역 30년을, 범행을 도운 공범 변모(당시 23세)씨에게 징역 25년을 확정했다.

김씨 등은 가출 청소년 공동체인 이른바 ‘가출팸’을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잠자리를 제공해주고 쉽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미성년자들을 유인했다. 숙식을 해결해준다는 빌미로 불법행위를 시킬 목적이었다.

김씨 일당은 가출팸 일원으로 들어온 청소년들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이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협박·감금하면서 타인의 체크카드를 배송받아 전달하는 일 등을 시켰다.

백골시신 발굴 모습. (사진=경기남부지방경찰청)
2019년 6월 6일 오산시 내삼미동 한 야산에서 암매장된 채 백골 상태로 발견된 A(당시 16세)군도 김씨 일당에게 유인 당한 가출 청소년 중 한 명이었다.

김씨 등은 가출 청소년으로 1년 가까이 함께 생활했던 A군이 가출팸을 탈퇴한 뒤 경찰에 자신들의 범죄를 발설했다는 이유로 살해했다. A군이 사라지면 자신들이 처벌받지 않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살해를 결심한 김씨와 변씨는 2018년 9월 지인을 통해 SNS 메신저로 ‘문신을 해주겠다’고 속여 A군을 오산역까지 불러들였다.

이후 변씨가 문신업자로 위장해 A군을 한 공장 콘테이너 창고로 데려와 김씨 주도 하에 살해하고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범행 직후에는 A군의 사체 사진을 찍어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자랑했다.

백골시신 공개수배 전단지. (사진=경기남부지방경찰청)
1심은 “이 사건 살인 및 사체은닉 등 범행은 가출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했다”며 “김씨가 변씨 등과 공모해 사전에 범행 방법을 모의하고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등 계획적·조직적으로 행동했으며 살해 방법 역시 매우 잔혹하다”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김씨는 범행을 주도하고도 구체적 경위에 관해 변씨 등에게 그 책임을 일부 전가하고 있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20년 부착을 명했다. 변씨에게는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했다.

김씨 등과 검찰 양측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은 “미성년인 피해자의 생명을 일순간 앗아간 범행에 이르게 된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등에 비춰볼때 죄질과 범정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김씨 등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유가족 중 일부와 합의한 점 등 여러가지 유리한 정상참작을 살펴봐도 원심이 선고한 형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김씨 등은 억울함을 나타내며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도 “피고인들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김씨에게 징역 30년, 변씨에게 징역 25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이 부당하지 않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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