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30일 일어난 ‘희대의 방송사고’를 떠올린 권재영 KBS PD의 말이다. 권 PD는 ‘불후의 명곡’, ‘뮤직뱅크’ 등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권 PD는 지난 5월 15일 유튜브 채널 ‘권 PD의 아름다운 구설’에서 이같이 말하며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몇십 명이 직업을 잃는다. 그 중 한 사람이 제 아내다. 당시 ‘음악캠프’ 메인 작가가 아내였다. 제가 집에 있었는데 아내한테 ‘X됐다’고 문자가 왔다”고 전했다.
이어 “사고 직후 제작진이 무대로 뛰어 올라가 그들을 끌어내리고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둔 뒤 경찰에 신고했다. 범죄이기 때문”이라며 “경찰이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뿐 아니라 담당 PD와 작가까지 참고인으로 연행했다. 경찰은 혹시라도 제작진과 사전 모의가 있었는지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권 PD는 “당사자들은 마약 조사까지 받았는데 모두 음성이 나왔다”며 “맨정신에서 저지른 일이라는 게 더 놀랍다”고 말했다.
‘그해 오늘’ 오후 MBC 생방송 음악캠프 무대에 인디밴드 럭스와 오른 또 다른 인디밴드 카우치의 멤버 신모(당시 28세) 씨, 스파이키 브랫츠 멤버 오모(당시 20세) 씨가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한 채, 그야말로 날뛰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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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와 오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연 전 미리 공모했고 그냥 재미 삼아, 장난삼아 옷을 벗었다”고 말했다.
구속돼 재판을 받던 두 사람은 같은 해 9월 27일 업무방해와 공연음란죄가 모두 인정돼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재판부는 “시청자를 충격에 빠뜨리고 방송 관계자들에게 현실적, 재산적 피해를 준 점을 고려하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은 방송에서 음란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공연음란은 주관적 흥분 혹은 만족까지를 요구하지 않고 노출 부위와 일시 장소를 감안하면 객관적 음란행위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석방됐지만 대중음악계와 방송계에 미치는 파장은 길었다.
권 PD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인디밴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10년 이상 퇴보했다며 “인디밴드는 사실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인디밴드 활성화 차원에서 매주 한 팀씩 소개한다는 선의를 가졌던 음악캠프도 바로 막을 내려야 했고, 공중파 방송 3사의 생방송 시스템 전체도 바뀌었다.
권 PD는 “그 이후 지상파 3사가 동시 생방송을 하지 않는다. 5~10초, 많게는 5분가량 딜레이(지연) 방송을 원칙으로 하게 됐다”며 “주조정실에선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하면 내보낼 여분의 화면을 상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쯤 되면 ‘방송사고’라기보다는 신 씨와 오 씨가 벌인 ‘성기 노출 사건’이 더 적합한 표현으로 보인다.
권 PD 역시 사회적 파장에 비해 “이들(신 씨와 오 씨)이 받은 형량은 경미했다”라면서 씁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