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PEF의 기업 인수…'고난의 시작' VS '비정상의 정상화'

PEF 새주인 등극…여전한 부정여론
대대적 인력 교체에 실적 지향 경영
PEF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 반론
프리라이더 해고…내부서 좋은 평가
PEF 인수, 어떤 관점서 보느냐 문제
  • 등록 2023-05-12 오전 5:09:39

    수정 2023-05-12 오전 9:15:06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업종을 막론하고 새 주인에 오른 PEF 운용사들의 행보가 자본시장의 한 축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그러나 여전히 PEF 운용사의 인수를 좋지 않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PEF 운용사의 회사 인수에 부정적인 쪽에서는 결국 더 비싼 값에 팔아야 하는 전제가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를 위해 회사 인력을 무리하게 교체하고 실적 향상에만 신경 쓴다고 말한다. PEF 운용사들은 억울하다.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이를 실현하지 못한 기업에 개혁을 가하는 것이 문제냐고 반문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나무란다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PEF 운용사의 회사 인수에 부정적인 쪽에서는 회사 인력을 무리하게 교체하고 실적 향상에만 신경 쓴다고 말한다. PEF 운용사들은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이를 실현하지 못한 기업에 개혁을 가하는 것이 문제냐고 반문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사모펀드가 인수? 이직 알아보라고 한다”

PEF 운용사가 회사를 인수하면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실제로 숱한 M&A 사례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이기도 하다.

M&A가 한창 진행될 때 해당 기업 임직원들끼리 ‘새 주인으로 누가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나누기도 한다. 이때 언급되는 곳은 대부분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대기업이다. 우리도 그 회사 임직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게 골자다. 내가 다니는 기업에 대기업 간판을 달 때 누릴 유무형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우리 회사는 꼭 PEF 운용사가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는 경우는 잘 없다. PEF 운용사의 인수를 바라보는 기업 임직원들의 의중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에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궁금증을 다시금 증폭시켜주는 얘기를 했다. 이 관계자가 과거 다니던 A기업이 PEF 운용사에 매각된 일을 언급하면서다. 이 관계자는 “PEF 운용사가 회사를 인수하면 떠날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해져 그런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대대적인 인력 교체를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이 관계자가 몸담았던 기업은 PEF 운용사 인수 이후 C레벨 인사를 대부분 교체했다고 한다. 초창기부터 회사 주요 직책을 맡았던 28~29명 가까운 인원 가운데 한 명을 뺀 나머지가 모두 회사를 떠났다는 말도 덧붙였다. 회사를 나가라고 하는 말 대신 지역 사무소 발령 등의 수법도 곁들어졌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주변에서 PEF 운용사가 회사를 인수했다며 조언을 구해오면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고 말해준다”며 “(PEF 운용사) 색깔에 맞는 인력 교체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PEF 운용사 인수 이후 실적 개선 명목으로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다른 인력으로 대체하는 일이 없지는 않다고 한다. 재무제표에 찍히는 실적은 좋아질지 모르겠으나, 이 과정에서 본연의 기업 색채를 잃거나 끈끈함이 사라진다는 말도 나온다.

“프리라이더 해고·파격 승진…내부 평가 좋았다”

PEF 운용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마치 PEF 운용사들이 숫자에 매몰된 나머지 ‘피도 눈물도 없는 사직’을 아무렇지 않게 주도한다고 오해할까 걱정한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무분별한 인력 교체는) 일어나지도 않고, 일어날 수도 없다”며 “그런 식의 (순진한) 대처는 이후 매각 과정에서 들통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PEF 운용사들은 종국에는 매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내실있게 회사를 다져야만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점에서 어설프게 회사를 운영하지도 않는다는 설명이다. 매각 과정에서도 밸류업(가치상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한 PEF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몇 해 전 인수했던 한 기업 사례를 얘기했다. 인수 이후 회사 내부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월급은 많이 받는데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른바 ‘프리라이더’ 임직원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수차례에 걸친 회사 내부 인터뷰로 분위기를 살펴본 뒤 이런 임직원들을 퇴단시키고 밑에 있던 실무진을 파격 승진 조치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이 상황을 굉장히 파격적으로 평가했다”며 “내부 분위기가 도리어 좋아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 PEF 운용사가 소유 중인 B업체는 최근 대대적인 인사 쇄신을 거쳤다. 업계를 통틀어 이레적이었던 줄 교체 이면에는 이른바 정치질을 하는 인력 추려내기가 골자였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한때 인수 유력 후보자로 떠오른 회사에 줄을 대는 직간접적인 행위가 포착되자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안됐다는 평가 끝에 나온 결정이라는 관측이다.

PEF 운용사의 인수를 두고 ‘고난의 시작’이라는 견해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평가 중에 누가 맞는 것일까. 한 업계 관계자는 “PEF 운용사의 인수를 결국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모든 PEF 운용사들이 같은 전략을 추구하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고, 모든 PEF 운용사들이 실적에 매몰된 전략을 취하지도 않는다는 점 모두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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