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에어퍼스트 인수전…공정경쟁 위반 우려도

시중은행 중 한 곳, 잠재 매수인 두 곳과 협상
“공정경쟁 해칠 수 있다”…우려·반발 나와
IMM의 매각 절차, 매끄럽지 못하단 지적도
리파이낸싱 추진·인수금융 구조 등 ''혼선''
  • 등록 2023-04-28 오전 4:46:36

    수정 2023-04-28 오전 4:46:36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에어퍼스트 인수전에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다수가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잠재 인수자들의 인수를 도울 인수금융 시장의 주선 경쟁도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금융회사는 잠재 인수자 두 곳과 동시에 접촉해 인수금융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건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한 금융회사가 잠재 인수자 다수와 접촉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는 행위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각 절차 자체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도 측인 IMM PE가 매각 지분 외에 잔여 보유 지분에 대한 ‘리파이낸싱’을 함께 고민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수금융 여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잠재 인수자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에어퍼스트 서산 공장 전경(사진=에어퍼스트)
국민은행, 잠재 인수자 두 곳과 인수금융 협상…일각서 “공정거래 우려”

IMM PE(프라이빗에쿼티)가 추진하는 에어퍼스트 소수 지분 매각(30%)의 예비인수적격후보(숏리스트)에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브룩필드자산운용, 블랙록, IFM인베스터스, CVC캐피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 대상은 IMM PE가 보유한 에어퍼스트 지분 100% 중 30%로 알려졌으며, 매각가는 1조원대 초반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잠재 인수자들은 현재 인수금융 조달을 위해 국내 주요 금융회사 등과 접촉하며 조건을 협의 중이다. 다만 알려진 인수 후보가 모두 외국계 PEF 운용사다 보니 국내에서 활동폭이 넓지 않았던 일부 운용사는 아직 인수금융을 제공해 줄 금융회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금융이란 인수자가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통상 PEF는 특정 기업을 M&A(인수·합병)할 때 기존에 조성한 펀드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와 함께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한 돈을 투입하는 형태로 레버리지를 활용한다.

국내에서 조(兆) 단위 매물에 대한 인수금융을 주선할 수 있는 금융회사는 주요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등으로 한정된다. 이렇다 보니 같은 금융회사 내 서로 다른 부서에서 잠재 인수자 두 곳에 접촉해 인수금융 관련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대표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자칫 ‘공정거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잠재 인수자들은 입찰에 참여할 때 저마다 다른 인수가격을 써 내는데, 한 기관에서 여러 잠재 인수자를 상대할 경우 가격 관련 정보를 독점하게 돼 자칫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될 수 있는 탓이다. 같은 회사라도 서로 다른 부서 간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차이니즈월(정보교류차단)’을 지킨다 해도 일부 시장 관계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금융회사는 (이번 딜을 예로 들면) 리파이낸싱을 추진하는 매도인 측 또는 지분을 인수하고자 하는 (잠재)인수자 측 중 한 군데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하지만 이번 거래에서 일부 인수금융 제공 금융회사가 인수 측과 매각 측 모두에 기웃거리거나, 잠재 인수자 다수를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정보 유출 리스크와 이해상충 문제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등 금융시장 내 질서를 해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딜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만약 국민은행이 두 곳과 동시에 인수금융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차이니즈월’을 충분히 구축하고 있어 정보 유출이나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는 의심은 지나치다”라고 밝혔다.

매각 절차 중 잠재 인수자 일부 ‘혼선’ 있지만…“완주 위해 노력”

매각 절차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각 측인 IMM PE가 지분 매각과 함께 잔여 보유 지분에 대한 ‘리파이낸싱’도 함께 추진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IMM PE는 소수 지분(30%) 매각을 추진하는 동시에 잔여지분 70%에 대한 리파이낸싱 역시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일부 잠재 인수자들은 IMM PE의 리파이낸싱 추진으로 금융회사들의 인수금융 제공 여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IMM PE는 일단 잔여지분에 대한 리파이낸싱 절차를 보류한 것으로 파악된다. IMM PE가 본의 아니게 잠재 인수자들의 파이낸싱 기회를 축소시킬 뻔 했던 셈이다.

이밖에도 통상 투자를 위해 만든 SPC(특수목적회사)에만 인수금융이 있는 것과 달리 대상회사(에어퍼스트)에도 인수금융이 있어 잠재 인수자들이 다소 혼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통상 인수 후보들은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금융회사와 조건 협상 시 원하는 바를 요구하지만, 인수하려는 대상 회사에도 인수금융이 엮여 있다보니 원하는 조건을 온전히 관철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상회사에 인수금융이 있는 것은 IMM PE가 과거 에어퍼스트 인수 당시 2개의 SPC를 통해 회사를 인수한 뒤 그 중 하나의 SPC를 대상회사(에어퍼스트)와 합병시켰기 때문이다. 이번에 입찰에 참여하는 운용사들은 IMM PE의 SPC가 쓰고 있는 인수금융의 조건들을 대부분 따라가는 형태로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잠재 인수자에 대한 배려가 다소 부족해 보이는 등 매각 절차의 진행이 미숙한 측면이 있어 혼란스러운 점이 있다”면서도 “다만, 매도자 측이 의도적으로 만든 상황은 아니며 거래의 완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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