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내달 말 중기자산배분 발표…SVB 여파에 목표수익률 낮출까

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1.7→1.6%로 하향
WB, 2030년 세계성장률 2.2%…30년래 최저
IMF, 5년간 중기성장률 3%…1990년 후 최저
"SVB 등 단기이슈 비중 크지 않을 것" 의견도
  • 등록 2023-04-13 오전 5:55:02

    수정 2023-04-13 오후 2:18:07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국민연금이 다음달 말 중기자산배분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기금 목표수익률을 종전 5.4%보다 낮출지 주목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한국은행, 세계은행(WB) 등 주요 기관들이 글로벌 경기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어서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면 수익률 목표치도 자연스레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수익률 목표치는 중장기적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SVB 등 단기적 이슈가 차지할 비중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라북도 전주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국민연금)
◇ 국민연금 중기 목표수익률, 성장률·CPI·조정치로 계산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산하 투자정책 전문위원회(투정위)는 오는 1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옥에서 회의를 진행한다. 다음달 말 중기자산배분 발표를 앞두고 열리는 회의다.

이번 투정위 회의는 제2기 전문위원회가 새로 구성된 후 처음 열린다. 국민연금 기금위 산하에는 총 3개 전문위원회가 있다. △투자 정책과 기준을 논의하는 투자정책 전문위원회(투정위) △운용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을 논의하는 위험관리·성과보상 전문위원회(위성위) △주주행동과 관련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다.

이 중 투정위가 담당하는 분야는 △중장기 또는 연간 기금운용을 위한 주요 계획 관련 사항 △새로운 투자정책 개발 또는 기존 투자정책 변경에 대한 사항 등이다. 새 투정위 위원장인 원종현(근로자단체 추천) 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 하에서 논의를 진행한 후 다음달 기금운용위원회까지 좀 더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중기자산배분안은 국민연금기금의 수익성·안정성을 위해 매년 수립하는 5년 단위 기금운용전략이다. 향후 5년간 대내·외 경제전망, 자산군별 기대수익률과 위험, 자산군 간 상관관계, 정책조건 등을 고려해서 기금의 목표수익률 및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결정한다.

국민연금이 작년 5월 27일 발표한 ‘중기자산배분 및 2023년 기금운용계획안’ 일부 캡처 (자료=국민연금)
작년 5월 27일 발표된 ‘국민연금 중기자산배분 및 2023년도 기금운용계획안 개요’를 보면 국민연금의 향후 5년간(2023~2027년) 목표수익률은 5.4%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2027년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주식 55% 내외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다.

또한 2023년 말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국내주식 15.9%(작년 말 16.3%에서 하락) △해외주식 30.3%(작년 말 27.8%에서 상승) △국내채권 32.0%(작년 말 34.5%에서 하락) △해외채권 8.0%(작년 말과 동일) △대체투자 13.8%(작년 말 13.4%에서 상승)다.

작년 5월 이후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급격한 금리인상에 나서고, SVB 파산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등 대내외적 경제환경에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라 다음달 말 국민연금이 발표할 향후 5년간 목표수익률과 자산군별 목표 비중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특히 기금의 향후 5년간 목표수익률이 종전 5.4%보다 낮아질지 주목된다. 목표수익률 계산에 활용되는 항목이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조정치’인데 한국은행, 세계은행(WB) 등 주요 기관들이 글로벌 경기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어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2월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으나 지난 2월 1.6%로 낮춘 데 이어 이번에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은행·세계은행·IMF 등, 중장기 글로벌 경제 ‘우려’

한은은 이번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그간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에는 IT 경기부진 완화, 중국경제 회복 영향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세계경제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양호한 회복 흐름을 나타냈다”면서도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주요국 내 금융 리스크가 증대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는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이후에는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은행 ‘둔화되는 장기 경제 전망’ 보고서 중 일부 캡처 (자료=세계은행)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도 글로벌 경기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한 ‘둔화되는 장기 성장 전망’(Falling Long-Term Growth Prospects)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전세계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2.2%로 떨어질 수 있으며, 이는 30년 만에 최저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한 4월호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세계경제 성장률이 작년 3.4%에서 올해 2.8%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이번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p) 낮은 수치다.

IMF 4월호 세계경제전망(WEO) 중 일부 캡처 (자료=IMF)
또한 IMF는 세계경제 중기성장률(5년 뒤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는데, 이는 WEO가 발간된 199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세계경제전망은 IMF가 매년 1월, 4월, 7월, 10월 세계경제와 회원국 경제성장률을 분석 및 전망하고 정책 방향을 제언하는 보고서다.

특히 보고서에는 “세계경제가 중기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의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기적 글로벌 성장 전망이 둔화된 것은 중국, 한국과 같은 일부 국가들이 생활수준 향상을 비롯한 진보를 이뤄냈지만 앞으로 성장률(변화 정도)이 줄어드는 것과 관련있다”고 적혀 있다.

다만 글로벌 경제에 대해 부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비스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세계은행·IMF 춘계총회 언론 브리핑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2.0%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가 경제 전망을 개선시켰다”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도 1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민연금의 중기 목표수익률은 중장기적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만큼 SVB 등 단기적 이슈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향후 5년간 경제성장 전망, 거시경제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중기 목표수익률을 계산한다”며 “SVB 등 단기적 이슈를 5년간 목표치에 얼마나 반영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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