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달 두 번째 치매 신약 ‘레켐비’를 승인됐다. 이에 따라 국내 개발사 중 유일하게 미국에서 관련 후보물질 ‘AR1001’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아리바이오가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AR1001의 임상 2상에서 30여 년 전에 개발된 1차 평가 지표들을 사용했지만, 임상 3상은 레켐비와 같은 지표로 교체했다.
일각에서는 간략한 평가 지표를 적용한 2상에서도 AR1001의 효능 논란이 일었던 만큼, 더 입체적으로 평가되는 레켐비의 1차 지표로 약물이 평가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에 아리바이오는 “두 가지 지표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발표도 있다. FDA가 선호하는 1차 지표를 택한 것일 뿐이다”고 효능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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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FDA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학술지 논문 등에 언급된 최신 치매 임상 평가 지침을 종합하면, 신경인지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강하게 권고되는 평가 지표는 ‘치매임상 평가척도 박스총합’(CDR-SB)이다.
CDR-SB는 ‘기억력’부터 ‘지남력’(과거 및 현재를 인식하는 능력), ‘판단력과 문제해결력’, ‘사회활동’, ‘집안 생활과 취미’, ‘위생 및 몸치장’까지 총 여섯 가지 영역의 기능을 평가한 다음, 이를 합산해 수치화한 것이다. 각종 연구에서 CDR-SB가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구별하는 민감도는 71~96.4%, 특이도는 81~100%로 각각 분석됐다.
특히 주요국 중 유일하게 치매 신약 2종을 승인한 FDA 측은 ‘2013 산업계를 위한 조기 치매 신약 가이드라인 초안’을 통해 “CDR-SB는 인지 기능과 관련된 초기 치매환자의 임상에서 1차 유효성 결과를 특정하는 단일 지표로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아리바이오는 과거 미국 내 AR1001의 임상 2상에서 시작점 대비 26주 후 ‘치매평가척도-인지하위척도(ADAS-Cog)13’과 ‘치매협력연구(ADCS)-CGIC’ 등을 1차 지표로 사용했다. AR1001은 PD5와 클루코코이드 등 두 가지 뇌 속 물질을 타깃하는 다중 기전 물질로 알려졌으며, 경구용 약물로 개발되는 중이다.
먼저 1980년대 개발된 ADAS-Cog는 단어 기억 과제, 건설 실습, 단어 찾기 어려움 등 치매 환자의 기분 및 행동 변화를 보기 위해 설정한 10개의 작업에 기반해 평가를 내리는 지표로 현재까지 30여종 이상의 버전이 개발됐다. 1990년 초에 나온 ADCS는 환자의 행동을 일부러 방해하거나 동조하면서 환자의 반응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환자의 인지적, 적대적, 사회적 측면 등을 평가하게 된다.
국내 치매신약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ADAS나 ADCS는 CDR-SB 보다 훨씬 간략한 인지 기능 검사법으로 평가된다”며 “CDR-SB나 ‘전반적퇴화척도’(GDR) 등이 보다 입체적으로 환자의 인지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권고되는 지표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임상전문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따르면 아리바이오 역시 지난달 첫 환자에게 투약을 개시한 임상 3상의 1차 지표는 CDR-SB로 변경해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AR1001의 임상 3상은 총 800명 환자를 대상으로 플라시보군(대조군)과 약물투여군으로 나눠 52주간 진행된다. 이번 임상의 1차 지표는 앞서 언급한 CDR-SB이며, 2차 지표로 ADAS-Cog13와 ‘우울증상척도’(GDS), ‘간이정신상태검사’(MMSE-2) 등이 포함됐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FDA가 선호하는 CDR-SB를 1차 지표로 했다. 우리가 기존에 쓴 ADCS-CGIC는 평가 영역이 CDR-SB에 완전히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돼 배제했다”고 운을 뗐다.
지난 2021년 11월 발표된 AR1001의 임상 2상 결과를 보면 당시 ADAS-Cog13과 ADCS-CGIC 등은 26주차에서 위약군 대비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못했었다. 다만 위약군이 없는 추가 26주 연장연구에서는 일부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됐다.
정 대표는 “최근 차기 치매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는 ‘도나네맙’ 등은 임상 1상에서 긴시간 안전성을 확인했었고, 이후 임상에서도 위약군을 계속 포함시켯다”며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만큼의 장기 안전성이 당시 확인되지 않는 등 위약군을 길게 가져가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논란은 됐지만, 위약군 없는 기간까지 총 52주간 약물의 안전성을 확실하게 확보했고, 인지기능개선과 관련해 FDA가 중요하게 여기는 치매 관련 바이오마커 ‘pTAU’를 크게 낮췄다. 이런 점이 임상 3상 진행에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pTAU는 과인산화된 타우를 의미하며, 신경세포 내 타우단백질이 인산화되면 서로 뭉쳐, 치매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에 따르면 아리바이오는 내주까지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기평)를 위한 서류작업으로 분주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지난 2018년과 2022년 2차례나 기평에서 탈락한 바 있다. 아리바이오는 3번째 기평를 통해 연내 기업공개(IPO)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