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나스닥 바이오테크 이노비오(INO)가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들과 합의하고 대신 600억원을 주기로 했다. 이노비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임상 과정에서 과장된 표현을 해 주주들에게 소송을 당한 바 있다. 조셉킵 전(前) 이노비오 대표는 언론을 통해 “코로나19 유전자 염기서열에 접근한지 3시간만에 백신을 설계 할 수 있었다”, “3시간 이내에 코로나19 백신을 완전히 설계했다” 등 백신 개발 과정을 과장했다는게 일부 투자자의 주장이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임상 결과를 입맛대로 해석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발생시키고 있다. 국내는 미국만큼 주주 손해배상소송이 활성화돼 있지 않지만, 법조계에서는 해당 사례가 반복되면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책임 논란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도 공적기관 조사 이후 소송 가능”
지난 7월 A사는 개발중이던 치료제 임상에서 1차 지표 통계 확보에 실패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동시에 ‘임상 2상 성공, 기술수출 청신호’라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A사의 주가는 그 이후 2거래일 동안 53% 급등했다.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B사는 지난달 말 개발중인 치료제 임상 2상 연구를 조기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B사는 “다른 경쟁사들이 더 우수한 연구결과를 내놓으며 발매 허가를 얻고 있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라고 말하면서도 임상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표현을 사용해 투자자 혼란을 키웠다.
H법무법인 소속 C변호사는 일부 바이오의 자의적인 임상결과 발표와 관련해 “근거가 있는 경우 제보와 신고, 고발 등을 통해 공적기관이 진실을 파헤치게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소송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손해배상 소송이 그렇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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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노비오 투자자들처럼 국내 바이오 투자자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우리나라의 과징금에 해당하는 시빌 페널티(Civil Penalty)를 부과해 비교적 신속하게 위법행위를 제재하지만, 우리나라의 증권선물위원회는 시장질서교란행위가 아닌 시세조종 등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만할 수 있다. 검찰수사와 기초, 법원의 판결이 나와야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고, 이때서야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투자자들이 실제 손해를 입고나서 한참이 지나서야 누군가의 위법행위 때문이라는 점을 알 게 되는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변호사는 “불공정거래에 과징금 처분이 도입돼 금융당국이 좀 더 신속하게 자본시장에 어떠한 행동이 위법한지 여부를 선언해줄 수 있다면, 민사적인 해결방안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의미 있는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낮은 것도 개인 투자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분쟁이 생기면 소송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정착이 돼있고, 대규모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승소한다더라도 큰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 관심이 적고 소송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회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이끌어본 E변호사는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의 유무를 원인으로 짚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소송이 제기되면 피고에게도 증거자료를 제출하라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고가 모두 입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료를 누락한 것이 들통나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노비오 사례처럼)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