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1일' 미국이 공격받고 있습니다[그해 오늘]

러시아워에 벌어진 동시다발적인 美본토 향한 테러
WTC 붕괴하고 펜타곤 공격당해…3000명 넘는 사망자
'테러와의 전쟁' 선포하고 아프간·이라크와 전쟁
20년 전쟁 결과는…탈레반 정권 교체 실패, 음모론도 여전
  • 등록 2022-09-11 오전 12:03:00

    수정 2022-09-11 오전 12:03: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미국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America is under attack.)

2001년 9월11일 미국 플로리다주(州)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조지 W. 부시 대통령 표정이 사색으로 굳었다. 비서실장으로부터 이런 보고를 받은 직후였다.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C)에 두 번째 항공기가 부딪친 이후 이뤄진 보고였다. 아침 8시46분과 9시2분, 16분 간격으로 이뤄진 비행기 충돌로 각각 110층 높이의 WTC 1과 2 등 두 빌딩이 붕괴했다. 비슷한 시각 국방부 청사 펜타곤에 항공기가 날아들어 들이받았다.

2001년 9월11일 세계무역센터에 붉은 화염이 솟구치고 있다. 오른쪽은 먼저 공격을 받은 세계무역센터 1 빌딩.(사진=외신)
‘9·11 테러’는 사망자 최대 3000명과 부상자 최소 6000명, 간접 피해자 수만 명을 낳은 최악의 테러로 기록된다. 러시아워 때 뉴욕 심장부에서 벌어진 테러는 미국과 전 세계 시민의 눈에 선명하게 각인됐다. 테러 배후는 이슬람 근본주의자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알 카에다. 테러는 알 카에다에서 활동하는 테러범 15명 무리가 미국에서 출발한 항공기 4대를 공중납치(하이재킹)해서 벌였다. 항공기 두 대는 WTC에, 한 대는 펜타곤을 때렸고 나머지 한 대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그해 10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돌입했다. 빈 라덴을 사살하고 알 카에다를 축출하려는 것이 명분이었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중동 현안에까지 개입하기로 한다. 이라크가 대량 살상무기를 제작하는 걸 퇴치하고자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처형(2006년)으로 이어졌다.

전세는 미국에 유리하게 돌아갔지만, 전쟁 명분을 챙기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한때 아프간에 투입한 미군 병력이 10만에 이를 만큼 대규모였지만,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2011년 5월2일)하는 데에는 1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 전쟁은 지난해 8월 미군이 철수하기까지 21년째 이어졌다. 미국이 일으킨 전쟁 사상 최장 기간으로 기록된다. 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의 정권은 탈레반에 다시 돌아갔다. 전쟁 이전과 바뀐 게 없다.

2001년 9월11일 미국이 공격받고 있다는 보고를 받으며 표정이 굳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사진=외신)
역설적이게도 테러는 미국을 더 안전한 나라로 만든 계기가 됐다. 세계 최강국을 자처하던 미국은 당시만 해도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테러 직후 긴급 출동 지시를 받은 미 동부의 공군이 전투기를 대서양 방면으로 출격시킨 게 사례다. 침략은 외부에서 내부를 향하지, 내부에서 비롯하리라는 것은 상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전임 클린턴 행정부는 알 카에다 위협을 인지하고도 국내 현안에 대응하느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후임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알 카에다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허투루 들었다.

보안에도 구멍이 뚫려 있었다. 공항은 항공기 탑승객 명단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보안 검문·검색도 느슨하게 이뤄졌다. 알 카에다 출신 테러리스트 무리가 비행기 다섯대에 나눠타 음모를 꾸미는 것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과정에서 방지할 수는 있는 노릇이었다. 이후 출입국 절차가 지금처럼 극도로 까다로워졌다.

오사마 빈 라덴.(사진=외신)
9·11 테러가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은 또 다른 역설이다. 부시 행정부가 일부러 꾸민 사건이라는 것인데, 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 지지율이 사상 최대인 90%까지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부시와 빈 라덴 각각 가문이 사업으로 얽힌 관계라는 점도 음모론을 부추겼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 석유기업에 막대한 이윤을 안겨줬는데, 부시 대통령의 주요 지지세력이 미국 석유상(商)이기도 하다.

음모론 가운데 실증으로 입증되거나 간접적으로나마 증명된 것은 없다. 음모론은 ‘의도하지 않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음모론이라기엔 테러가 상상 이상의 방법으로 자행됐고 이로 인한 피해가 너무나 막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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