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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는 신주 469만6099주(발행가 7260원)로 총 발행 주식의 13.8% 규모다. CB는 2023년 11월 14일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 가능한 규모는 769만6254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22.6% 규모다. 표면이자 2.5%, 만기이자 6%, 만기는 2027년 11월 14일이다.
우선 단순히 최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상증자와 CB를 두고 시장에서는 기존 주주들에게 호재는 아니라고 해석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진 대표 지분 12.7%만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기엔 부족해 유상증자가 많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며, 기존주주들의 지분 희석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CB는 부채이며, 재무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리픽싱 조항이 있어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싸게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적정 가격에 인수한 이후 좋게 만들어서 나중에 비싸게 팔겠다는 게 사모펀드의 목표다”고 말했다. 랩지노믹스는 진단키트, PCR 분석 등 코로나19 수혜주다. 올해 반기 재무제표 기준 현금성자산이 약 600억원이 있는 상태에서 총 940억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한 것이다.
진 대표와 랩지노믹스는 이날까지 공식 홈페이지나 보도자료를 통해 매각 이유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는 상황이다. 이데일리는 랩지노믹스의 입장을 듣기 위해 홍보팀과 진 대표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업계는 진 대표의 매각을 두고 차익실현으로 판단했다. A진단회사 대표는 “진 대표는 투자자이며, 과학 전문가가 창업한 회사가 아니다. 양윤선 전 메디포스트 대표가 줄기세포 사업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만들어진 회사가 랩지노믹스다”며 “코로나19 전까지는 진단 시장이 워낙 어려웠다. 지금이 매각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진 대표는 루하PE에 지분 12.7%를 900억원에 매각했으며, 이는 코로나19 직전의 랩지노믹스 시가총액을 훌쩍 넘어선 금액이다. 2019년 연말 랩지노믹스의 시총은 500억~600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글로벌 체외진단기기 시장 규모는 720억 달러(85조원)대이며, 이 중 국내 진단업체 전체를 합해도 5000억원 규모였다. 랩지노믹스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접어들면서 시총 6000억원까지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는 2500억~2700억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주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랩지노믹스의 본업과 무관한 사모펀드에 매각됐다는 점이다. 루하PE는 국내 헬스케어 전문 사모펀드로 알려졌다. 이종훈이라는 인물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약사, SV인베스트먼트 출신이며, 현재 보령바이오파마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업계는 사모펀드의 인수가 꼭 악재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B진단회사 대표는 “사모펀드는 회사 가치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경영한다. 진 대표가 물러나고 진단분야 전문가 또는 경영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맞이하면 회사가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미국 홀로직이라는 진단회사는 몇 년 전 사모펀드가 인수한 이후 유능한 임원들을 대거 영입, 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지금 분자진단 분야 로슈 다음으로 세계 2위 자리까지 올라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