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주자 로슈, 소세포폐암·비소세포폐암 임상 3상 실패
지난 11일(현지시간) 로슈는 PD-(L)1 발현율이 높은 비소세포폐암 환자 5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TIGIT 억제제 후보물질 ‘티라골루맙’과 PD-(L)1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의 병용요법 3상 임상에서, 1차 평가변수 중 하나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임상은 환자들의 1차 치료제로 티라골루맙, 티쎈트릭 병용요법과, 티쎈트릭 단독요법을 비교하는 방식이었는데, 티라골루맙을 추가해도 무진행 생존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로슈의 티라골루맙 임상 3상 실패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확장기 소세포폐암 대상 임상 3상에서도 무진행 생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슈 측은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가 기대한 결과는 아니지만, 다음 개발 계획을 결정하기 위해 나머지 평가변수인 전체 생존(OS) 데이터 분석은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티라골루맙 개발 프로그램은 비소세포폐암 및 다른 암에 대해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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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IT 억제제는 면역반응을 방해하는 TIGIT이라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치료제다. 지금까지 허가된 면역항암제 반응률은 30% 내외다. 표준치료제로 부상한 PD-(L)1 억제제도 대장암과 췌장암에서 반응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TIGIT 억제제는 기존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투여를 통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주목받는다. 현재 키트루다 등 PD-(L)1 억제제가 항암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MSD·길리어드·GSK 등 대다수 기업은 병용요법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로슈의 사례에서 보듯, 관건은 효과를 증명하는 것이다.
항체 Fc 부위 작용 기능 강화, 독자 플랫폼 기술 활용
국내에서는 유한양행(000100), 한올바이오파마(009420), 큐로셀이 TIGIT 억제제를 개발 중인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아직 초기 단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TIGIT 저해제 후보물질 ‘YH29143’의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2020년 유한양행은 미국암학회(AACR)에서 발표한 자료를 통해, 대장암 마우스 모델에서 이 후보물질이 T세포 활성을 강화하고 PD-(L)1과의 시너지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PD-(L)1 병용 임상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유한양행 측은 “아직 전임상 단계”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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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로셀은 TIGIT을 타겟하지만 위의 기업들과는 다른 방식이다. 독자 플랫폼 기술인 ‘오비스(OVIS)’를 적용해 PD-1과 TIGIT 발현을 동시에 억제하는 CAR-T 치료제로 접근한다. shRNA를 통해 PD-1과 TIGIT을 만드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수를 감소시키는 방식이다. 큐로셀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CRC01에 대한 1·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고,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적응증은 재발·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다. 지난해 7월 임상 1상 첫 번째 코호트 결과에서, 최저용량을 투여한 환자 3명 중 2명에게서 완전관해가 확인됐다. 완전관해는 암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큐로셀 관계자는 “현재 임상 2상은 4개 기관 개시 후 환자 모집 중이다. 3명이 투약 완료됐고 6명에 대해서는 (약물) 생산 후 출하 준비 중이다. 임상 2상에서 무진행생존이나 전체생존에 대해서 평가하지만, 1차 평가지표는 ORR(객관적 종양 반응)”이라며 “키트루다 등 PD-(L)1 억제제 제품은 CAR-T가 적응증으로 하는 비호지킨림프종,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같은 적응증으로는 허가되지 않아 서로 시장을 침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항암제 시장은 지난해 1870억달러(약 241조원)에서 2026년께 3060억달러(약 39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이벨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같은 기간 키트루다 등 면역관문억제제 시장은 367억달러(약 47조원)에서 712억달러(약 92조원)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