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포함한 신경계도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좌, 우의 근육과 감각을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게 하여 우리를 걸을 수 있게 만든다. 사실 직립보행을 한다는 것은 균형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인간과 같이 고도로 진화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을 제외하고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로는 펭귄이 있지만 대부분 물속에서 산다. 유인원, 곰 등도 직립보행이 가능하나 가끔 하는 편이고 보통은 네발로 걷는다. 캥거루는 두발을 이용해 뜀뛰기 형태로 이동하는 것이지 보행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직립보행은 다른 동물들의 사족보행과 비교할 때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우월하다고 한다. 사족 보행하는 침팬지에 비해 에너지가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에너지 효율성보다도 더 큰 직립보행의 혜택은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손을 등장시킨 매우 역사적인 진화라고 평가된다.
인간의 몸은 100세까지 걸을 수 있게 만들어지진 않았다. 언젠가는 걷지 못하니 걸을 수 있을 때 많이 걸어야 하며, 나이가 들어서도 잘 걸을 수 있게 관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걷는 것은 간단하고 돈이 들지 않으며 특별한 장비나 훈련이 필요하지 않고 모든 연령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운동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걷기는 호흡기 질환 관련 사망 예방에 가장 좋은 것을 나타났고, 매주 6시간 이상 걷는 것은 신체활동이 적은 사람들에 비해 호흡기 관련 사망 위험이 35% 낮았다고 한다. 심혈관 질환의 사망 위험도 20%, 암 사망도 9% 낮아진다고 하였다.
걷기는 균형을 맞춰가는 운동인데 특히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가장 이상적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인은 스트레스가 많아 항상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어 두통, 소화불량, 불면증, 변비와 설사 등의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의사들이 흔히 신경성이라고 하는 모든 것이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 건강과 장수를 위해서는 걷기를 통해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몸은 걷기 시작하면서 5분이 지나면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어 기분이 상쾌해 지고 대뇌피질에 조용한 각성을 만들어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운동 삼아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사람만 보고 아무 생각없이 줄지어 걷는 것 보다는 사색과 명상을 하면서 걷는 것이 더욱 좋다.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산티아고에 열광하듯이 우리나라 곳곳에 문화가 스며있는 공간을 걷는 것도 좋을 것이다. 칸트, 니체, 괴테와 같은 역사적 인물도 산책을 통해 대작의 영감을 얻었다고 하니 단순히 걷기보다는 주변을 둘러보며 자연의 바람과 함께하고 사색을 하면서 거닐기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하겠다.
거닐기 하기에 좋은 봄이 오고 있다. ‘인간은 걸을 수 있는 만큼 존재한다’는 한 학자의 말이 오늘도 나를 생각하면서 걷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