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에 ‘1호 사건’ 발생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0시8분 쯤 경기 양주에 있는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근로자 3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매몰된 근로자 2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1명은 여전히 수색 중이다. 고용부는 곧바로 삼표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고와 삼표산업이 중처법 적용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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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중대재해법 적용 요건인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같은 유해 요인의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등의 요건 가운데 하나 이상 해당하는 산재다. 이번 사고는 이미 2명의 근로자가 숨졌기 때문에 중대산재에 해당한다.
또 삼표산업은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법의 적용 대상 기업이다. 중대산재가 발생했더라도 상시 근로자 수가 50인 미만이면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5∼49인인 사업장에는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되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레미콘 제조업체 삼표산업은 상시 근로자가 약 930명으로, 법 적용 대상 기업이다.
만일 삼표산업이 이 같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사업주·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받을 수 있다.
삼표산업 본사 압수수색 초읽기…“법 공방 치열할 것”
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만에 중대산재가 발생하면서 고용부는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고용부는 지난달 31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현장사무실 및 협력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근로감독관, 디지털증거분석팀 등 약 30명을 투입해 양주사업소 관계자의 토사 붕괴위험에 대비한 관리현황 등을 확인했다.
이에 삼표산업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르면 3일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등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로 인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을 때도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소홀히 했는지 등을 먼저 살펴본 뒤 본사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준수 여부 등을 확인했기 때문. 이 과정에서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
다만 노동부는 이 법에 대한 산업·경영계의 불만이 큰 데다 무리하게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해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로 판결 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는 본사 압수수색 결과 경영책임자 등이 토사 붕괴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마련할 것을 적법하게 지시했는 지 여부에 달려있다.
다만 삼표산업은 지난 해에도 두 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안전보건관리체계나 재해방지 대책 등이 부실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표산업에서는 지난해 6월16일 삼표산업 포천사업소에서 근로자 1명이 굴러 떨어진 바위에 깔려 숨졌고, 같은 해 9월27일에는 삼표산업 성수공장에서 근로자 1명이 덤프트럭에 부딪혀 사망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시행 후 첫 사건인 만큼 고용부에서는 반드시 기소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수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중대재해법에서 명시한 법 조항이 모호해 재판에 넘어가더라도 검찰과 경영책임자 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