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실트론 지분 인수와 관련해 과징금 총 16억원을 부과했다. 다만 최 회장이 지분 인수를 포기할 것을 지시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고,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지는 않다고 보고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열린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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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22일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SK실트론 지분 일부를 매입한 행위가 사업기회 유용을 통한 사익 편취라고 판단, SK와 최 회장에 각각 8억원(잠정)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번 사건 관련 쟁점은 실트론 잔여 지분 29.4% 인수가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에 해당하는 지 여부와 SK가 이를 인지하고 최 회장에게 기회를 제공했는 지였다. SK는 실트론의 잔여주식 취득 기회는 경영권과 무관한 재무적 투자 기회이므로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지배주주의 소수지분 취득도 사업기회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SK가 잔여주식을 취득할 경우 기업가치가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자체 판단한 점 등 사업기회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이사회 등 적법한 절차 없이 잔여주식 인수를 포기하고 최 회장의 인수를 묵인하는 등 소극적으로 기회를 제공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조치는 총수의 계열사 지분 취득을 사업 기회를 이용해 사익을 편취했다고 판단한 사실상 첫 사례다. 최 회장이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지난 15일 열린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해 소명에 나섰음에도 공정위는 위법 결론을 내렸다.
다만 검찰 고발은 면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 사건 위반행위는 상법이 요구하는 이사회 승인절차 흠결 등 절차 위반해 기인해 위반행위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 미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SK 측은 제재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