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사진·63)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16일 오후 4시에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지명 소감을 밝혔다.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시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첫 출근길에서다.
김 총리 후보자는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명장관으로 이름을 날렸다. 김 후보자는 행안부 장관 시절이던 2018년 부산발(發) KTX에서 여성 승무원에 갑질하는 진상 손님을 제지한 김 후보자 목격담이 알려지면서 ‘진짜 공무원다운 공무원’이란 칭찬 세례를 받았다. 2017년 1월 포항지진 때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를 요청해 관철하는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세종 관가와 정치권에서는 4선 중진 의원·영남 출신인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청문회 통과 이후다. 남은 임기도 길지 않은 신임 총리가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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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난제는 셋이다. △부동산, △코로나19, △야당과의 협치다. 김 후보자는 관련해 포부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1순위 과제를 경제로 꼽으면서 “부동산 문제와 LH 투기 사건 등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에 대해 원칙을 세워 쇄신하겠다”고 했다. 이어 “계획대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야당과 협의하고 협조를 구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길어야 임기가 1년 남짓인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 기조를 확 바꾸기도 어렵다. 16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입장문에도 공시가격,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대출 규제 관련 정책 변화를 기대할 부분은 없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기재부 출신의 청와대 정책실장·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친문 강성 여당 원내대표 사이에 신임 총리가 있는 형국”이라며 “김부겸 후보자가 총리가 되더라도 부동산 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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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도 녹록지 않다. 경제를 회복하려면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4차 유행 위기 상황이다. 신규 일일 확진자가 672명(18일 0시 기준)을 기록하는 등 나흘 연속 600명대다. 봄나들이를 나서는 사람들이 늘면서 집단감염에 경로를 알 수 없는 숨은 감염까지 잇따랐다. 그렇다고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기도 힘들다. 통계청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30대 실업자는 눈덩이처럼 늘고 있고 자영업 고용쇼크 또한 갈수록 태산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백신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일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부작용 문제로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미국 등 백신 생산국들이 자국 우선주의 입장을 공고히 하면서 수급 차질을 해소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만의 독자적인 백신 접종을 검토하겠다고 해 혼선을 부추겼다.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당연직 본부장이다. 방역조치부터 백신수급까지 일선 최고 책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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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에서 경제·방역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협치가 필수다. 특히 인구 1000만명이 밀집한 서울시 행정을 맡고 있는 오세훈 시장과의 협치가 중요하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공시가격 산정 결정 권한을 광역지자체장에 공유 △신속하게 코로나 진단이 가능한 간이진단키트 도입 등을 제안했다. 공시가격 인상 부담을 줄이고 간이진단키트를 도입해 코로나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 숨통을 틔워주자는 취지다. 나름의 이유와 명분, 과학적 근거도 있지만 안전성 등 명확한 한계 때문에 과거 정부도 검토했다가 접은 안들이다.
관가 안팎에서는 김 후보자가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고 본다. 총리들이 관리형 행정직에 그쳤던 전철을 밟을지, 뚝심 있는 모습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내각 책임자 역할을 할지 갈림길에 선 것이다.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은 “관료 출신 내각이 되면서 내부적 반발은 줄어들겠지만 ‘원웨이·친정체제’라며 쟁점별로 야당 반발이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강 대 강으로 부딪히는 정국이 올 텐데 신임 총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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