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우리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미역국을 먹지 않습니다. 은행 달력을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고 믿고요. 우리도 모르게 익숙해진 속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속설들을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고 우리가 왜 믿어야 하는지를요. 김 기자의 ‘속살’(속설을 살펴보는)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결혼을 앞둔 A씨는 다가오는 친한 친구의 결혼식을 갈지 말지 고민 중이다. 부모님은 결혼 날짜를 잡은 뒤에는 남의 결혼식에 가는 게 아니라고 혼냈기 때문이다. 내 복을 다 뺏긴다나. 부모님 말씀대로 안 가자니 친구가 서운해할 것 같고, 근거 없는 미신 같지만 가자니 찝찝하다. 고민된다.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답이 안 나온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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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나 결혼 관련 커뮤니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고민 글이다. 답글을 살펴봤다. “저는 안 믿는데, 어머니가 믿으셔서 못 갔어요”, “저는 안 믿어서 갔어요. 갔던 사람들 잘만 살던데요?”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지인들 반응도 마찬가지.
먼저 이 미신을 믿는 60대에게 물었다. 60대 여성 B씨는 “내 복이 그 사람한테 가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게 좋다는 걸로 알고 있어요. 나도 자식 결혼 앞두고 다른 결혼식, 장례식 안 갔어요. 제사도 안 지냈어요. 갔다가 나중에 내 자식에게 무슨 일 생기면 어쩌려고...”라고 말했다.
정말 내 좋은 기운 혹은 복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는 걸까?
사주상담가로 활동 중인 이규호 씨는 “이 속설은 사주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속설에 상관없이 결혼식에 가도 되요”라며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는 것 중에 학문적 근거 없는 것이 의외로 많아요”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들어봐야 했다. 어른들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니까. 무속인 전영주 씨는 이 속설이 ‘조심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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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이 속설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달라요”라며 “보통 경조사라고 하면 결혼식, 잔칫집, 장례식 등이 있죠? 옛날에는 음식 위생이 지금처럼 철저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음식을 먹고 탈이 날까 봐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라고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병이 옮겨질까봐 가지 말라는 설도 있고요. 중요한 거사를 앞두고 몸을 조심하자는 뜻에서 비롯된 이야기”라며 “현재는 위생도 좋아지고, 병도 잘 안 생기니 나에게 올 복이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진다는 의미로 바뀐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한 가지 더 궁금해졌다. ‘실제로 경조사에 참석했다가, 문제가 된 사람을 보신 적 있나요?’라고 섬뜩한 질문을 던졌다. 전씨는 “당연하죠”라고 답했다. 그는 “가는 장소와 자신의 기운이 맞지 않으면 아플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무속인다운 답변이었다.
다만 전씨와 이씨 모두 ‘미신’과 ‘속설’ 대부분 근거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라는 것. 하지만 전씨는 “선조들이 경험을 통해 구전된 이야기인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씨는 시대 상황에 맞게 ‘미신’과 ‘속설’이 조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실에 맞게 상황에 따라 경조사에 가면 돼요”라고 조언했다. 이어 “무속인 입장에서는 안 가는 게 좋다고 하지. 하하”라고 말해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전씨에게 ‘왜 우리는 복(福)을 신경 쓸까요?’라고 물었다. 전씨는 “‘복’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행복이잖아요. 행복은 좋은 거잖아요”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