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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산불이 갈수록 독해지고 있다. 지난달 4~6일 강원도 동해안 일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산불로 산림 2832㏊가 사라졌고 566세대, 128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 산불은 강풍과 건조경보가 발효된 상태에서 최대순간풍속 131㎞/h의 양간지풍을 타고 빠르게 번져 피해가 확산됐다. 정부는 복구비 1853억원을 확정하고 신속한 복구와 주민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과 엄청난 피해를 입은 산림은 완전복구에 기약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간 400여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도 예방과 관리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대형산불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재(人災)에 의한 산불 발생을 줄이기 위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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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뜨거워진다…재난형 대형산불 위험도 동반 상승
역대 최악의 산불은 지난 2000년 4월 7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했다. 당시 산불로 강릉과 동해, 삼척 등 동해안 일대 산림 2만 3448㏊와 건물 808동이 불타 없어졌고 850명의 이재민이 대피했다. 피해액만 1072억원에 달했다. 이보다 앞선 1996년 4월에도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산림 3762㏊와 건축물 227동이 사라졌다. 2005년에는 강원 양양산불로 천년고찰 낙산사 등 소중한 국보급 문화재 수십개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이어진 건조한 날씨에 봄철 태백산맥을 넘어 부는 강한 양강지풍까지 더해지면서 강원산불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한반도 기후가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재난형 대형산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 전국 평균 기온은 1907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강수 일수는 98일로 평년(112일)보다 12.5% 줄었다.
그간 봄철에 집중됐던 산불이 가뭄과 폭염 등으로 가을철과 겨울철, 심지어 여름철에도 빈번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산불조심기간을 제외한 시기에 발생한 산불은 174건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7~8월 여름철 산불도 61건으로 평년보다 무려 12.2배 폭증했다. 올해도 뜨겁고 건조한 기후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대형산불은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연중 고온현상과 낮은 강수량, 건조일수 증가 등으로 산불 발생이 연중화되고 있다”면서 “귀농·귀촌 인구 증가 및 캠핑 등 산림 휴양객이 늘면서 인위적 산불 위험요인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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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산불이 인재(人災)…가해자 검거는 절반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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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산림당국은 실수로 산불을 낸 경우에도 가해자를 검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행 산림보호법상 실수로 산불을 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도 묻는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4316건으로 이 중 1792건만 가해자를 검거해 검거율은 41.5%에 그쳤다.
그러나 실제 형사처벌과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5월 756㏊의 산림을 태우고 4명(사망 1명)의 인명피해를 낸 강원 삼척산불도 입산자 실화로 추정되지만 정작 불을 낸 가해자는 잡지 못했다. 같은날 산림 252㏊를 태운 강릉산불도 실화자 검거에 실패했다. 여기에 산불 실화자를 검거하더라도 방화 등 고의가 아닌 과실범 또는 초범, 고령인 경우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 비교적 약한 처벌에 그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받고 있다.
채희문 강원대 교수는 “국내 산불은 대부분 사람에 의해 발생하며낙뢰 등 자연적인 화재는 거의 없다”면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대안은 사람에 대한 관리인 만큼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어릴때부터 체계적인 산불 예방 교육을 통해 각 계층이나 지역별 실정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