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지표]제2의 금융위기 불씨?…서브프라임 닮은꼴 '레버리지론'

  • 등록 2019-04-21 오전 12:00:00

    수정 2019-04-21 오전 12:00:00

월 스트리트(사진=AFP)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 돈이 쏠리는 곳에 버블이 숨어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10년이 지난 지금, 넘치는 시중 유동성과 증가하는 대출은 ‘버블’에 대한 우려를 키웁니다.

버블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있다면 좋겠지만, 버블은 버블이 꺼진 후에 존재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미리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자산이 원래의 가치에 비해 더 높은 가치로 거래되고 있을 때는 의심을 해볼만 합니다. 대표적 버블 붕괴의 사례로 꼽히는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신용이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인 ‘레버리지론(Leverage Loan)’의 급격한 팽창에 전세계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입니다.

레버리지론에 대한 공통된 정의는 없지만,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BB+ 이하 등급의 선순위 담보부 은행 대출 또는 가산금리가 벤치마크보다 1.25%포인트 이상이고 1, 2 순위 담보대출인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즉 투기등급 이하 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을 때 담보를 맡기고, 변제권에 있어서도 가장 우선하는 대출을 말합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레버리지론 발행잔액은 2007년 대비 2.1배 늘어난 1조1500억달러로, 지난 2006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잔액 1조1000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가파른 증가세가 눈에 띕니다. 지난해 글로벌 레버리지론 증가세는 전년 대비 15%로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가율(16%)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레버리지론의 팽창을 우려하는 이유는 레버리지론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CLO(Collateralized Loan Pbligations·대출채권담보부증권)’의 구조가 서브프라임 사태를 촉발한 CDO(부채담보부증권)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CLO는 레버리지론을 기초자산으로 한 구조화증권입니다. 100~225개 레버리지론을 묶어 신용보강과 상환순위별로 신용등급을 부풀리는게 특징입니다. 68~77%의 CLO가 AA 이상 등급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규정상 투기등급 투자가 어려운 보험사나 연기금 등이 레버리지론 투자에 가세할 수 있는 배경입니다.

CDO(부채담보부증권)역시 신용이 낮은 서브프라임 모지지를 묶어 신용등급을 보강했었습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로 CDO가 불티나게 팔리자 이 CDO를 기초자산으로 또 증권화한 파생상품까지 등장하며 구조가 복잡해졌고 얼마나 퍼져 나갔는지 가늠도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CLO의 가장 ‘큰 손’은 마이너스금리로 수익성 악화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 은행들입니다.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고수익을 좇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본농림중앙금고(Norinchukin Bank)는 최대 단일 매수주체로서 620억달러 규모의 CLO 상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금리는 미국의 은행들도 피해가기 힘듭니다. 미국의 웰스파고(Wells Fargo)가 350억, 제이피모간(JPMorgan)과 씨티(Citi)가 각각 20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4개 은행이 전세계 CLO의 20% 이상을 갖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미국의 CLO 발행은 전년보다 90억달러 늘어 사상 최대인 1281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유럽시장에서도 전년보다 40% 증가한 270억유로를 기록했습니다.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CLO위험성에 대해 “레버리지론 급증과 대출기준 완화로 시스템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과도한 기업부채가 경기침체 국면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CLO가 대출기준이 완화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패키징(Packaging)한 CDO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CDO가 증권의 증권화를 통해 복잡한 구조를 띈 것과 달리 CLO는 증권화가 1% 미만으로 낮고, 은행의 CLO 발행기관에 대한 자금공여 약정이 적어 CDO에 비해 부실이 확산할 가능성이 낮아 시스템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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