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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충희 인터베스트 공동 대표(사진)가 새로 만든 동남아 펀드를 언급하며 ‘베트남 영웅’ 박항서 감독 얘기를 꺼냈다. 우 대표는 언뜻 관련 없어 보이는 벤처와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의 공통분모를 ‘무대’라고 설명했다. 목표하는 시장을 한국에서 동남아로 바꾸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내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우 대표는 “한국에서 큰 두각을 못 나타내는 기업들이라도 동남아에 가면 승산이 있다. 박항서급 기업을 2~3개 정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전했다.
“‘미들테크’가 맞춤…인구증가 속도 빨라 선점효과 폭발적”
인터베스트는 최근 6000만달러(약 650억원) 규모의 동남아시아 펀드를 만들었다. 상반기 2~3건의 투자를 한 뒤 펀드를 1억달러(약 1080억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펀드는 인도네시아 VC인 케조라벤처스(Kejora Ventures)와 공동 운용(Co-GP)하고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재벌그룹인 바리토그룹(Barito Group) 등이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한다. 우 대표가 이 펀드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우 대표는 “동남아시아에선 100만원을 호가하는 애플 스마트폰은 물론 30만원대 중국산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다”며 “버스에 타보면 대부분이 10만원대 현지 상품을 쓴다. 그들의 소득수준에 맞춘 상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은 매년 6% 이상이고 출생인구가 500만명이 넘는다. 말레이시아 등 권역으로 묶으면 총인구는 3억명이 넘는다”며 “폭발적인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배경”이라고 했다. 우 대표는 “동남아는 이처럼 기술로 승부를 보는 데가 아닌 현 성장 단계와 시장의 규모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베스트는 동남아 펀드로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물류시스템, 헬스케어 분야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우 대표는 “디지털 엑스레이 사업의 경우도 국내에 있는 1000만원대 기기를 어떻게 하면 200만원대로 만들어 팔지를 고민하는 등 사업 모델 자체가 국내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VC 업계, 5~10년 안에 중국된다…공격적 투자해야”
동남아에는 이미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의 외국 자본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소프트뱅크의 그랩(Grab) 투자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7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현재 이 기업의 가치는 60억달러 이상이고 신용카드 등 금융사업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우 대표는 “동남아는 벤처기업의 두 번째 투자를 의미하는 시리즈B 라운드는 진공상태라는 말이 있다”며 “이는 스타트업이 한번에 1조원 투자를 받는 메가 라운드 말고는 투자가 활성화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틈을 파고드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했다.
동남아에는 아직 성숙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금융업 등의 산업 분야가 있는 만큼, 유니콘 기업을 키워 단숨에 글로벌 VC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우 대표는 “동남아의 통장 보급율은 30%, 신용카드는 10%도 안 될 정도”라며 “한마디로 누가 먼저 먹을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